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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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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사업확장 '재계 2위' 올라선 SK…진짜 비결은 최태원식 '가족 화합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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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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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 기념 사진전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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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했다. 내년 창업 70주년이다. 의미있는 생일을 앞두고 재계순위 2위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SK의 사업영역은 한계 없이 확장하고 있다. 투자기업 기업공개(IPO)와 분할로 확보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틀도 만들었다. 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커리어와 나이 등에서 경영 능력의 절정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그룹의 성장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거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SK그룹의 재계 2위 등정기에서 눈길을 끄는 건 섬유→에너지→통신→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 이어지는 공격적 사업확장이다. 그러나 그룹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SK신화의 가장 큰 토대로 다른걸 꼽는다. 바로 최 회장의 가족 화합경영이다.

선대로부터 이어진 유산이다. 최종건 창업주와 동생 최종현 회장이 함께 회사를 일구고 평화롭게 경영권을 이어받으며 가족경영의 전통을 세웠다.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간 사촌 관계도 돈독하다.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신임은 두텁기로 소문났다.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배터리와 에너지사업을 맡아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최태원 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풍랑의 한가운데였던 1998년 39세의 나이로 SK그룹의 키를 잡았다. 이 또한 가족회의 결론이었다. 그룹 분할 시나리오 등이 회자되지 않은건 아니다. 최 회장은 2018년 형제들과 야구장 회동, 같은 해 이뤄진 1조원 지분 증여로 일축했다. 지분 증여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형제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최 회장의 고백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재계 2위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취임과 동시에 위기였다. 본인 스스로도 "취임 후 10년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직원들과 만나 "취임 10년만에 모든 계열사를 흑자전환 시키고 워크아웃에서 탈출한 2008년은 내 인생의 분수령같은 해였다"며 "그 다음부터 새로운 것을 하자는 생각을 갖고 사업 확장과 직원 행복을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최 회장이 전개한 경영은 본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 두 단어로 설명된다. 생소하더라도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만 하면 과감하게 투자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SK하이닉스를 2012년 인수한 후 2015년 이천, 2018년 청주, 2021년 이천 등 국내 4개 공장을 공격적으로 증설한게 대표적이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회사 SKMR과 웨이퍼 회사 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아예 산업생태계 전체를 조성했다. 단호한 투자의 성과는 실적으로 입증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12조원의 매출을 내며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SK(주)는 투자형 지주사로 변신시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바이오에 집중하게 했다. 수소기업으로 변신한 SK E&S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에, SKC와 SK케미칼은 그린에너지 및 바이오 사업에 집중한다. 이들 4개 계열사 자산은 최 회장이 딥체인지를 선언한 2016년 말 31조4000억원에서 지난 연말 47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룹 전체 자산도 이 기간 170조7000억원에서 292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SK그룹 계열사는 2021년 말 기준으로 186개인데, 2020년 이후 1년 새 무려 38개가 늘었다. 문어발 확장이 아니다. 발전사업과 폐기물 처리, 친환경에너지 기업 등을 공격적으로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친환경 신재생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신사업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한편 사회 공헌의 영역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

기업공개와 분할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 자금을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2020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2021년엔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리츠를 연이어 상장했다. 4개 계열사를 상장하며 그룹 자산은 4조원 늘었고 앞으로도 대어급 IPO를 연이어 계획하고 있다.

또 SK온과 SK어스온, SK멀티유틸리티 등을 물적분할했고 SK스퀘어를 인적분할하면서 자산을 크게 늘렸다.

사업만 재계 2위로 키운게 아니다. 최 회장이 주장한 SV(사회적가치)와 ESG경영은 이제 재계에선 상식이 됐다. 역시 최 회장이 선도한 사회적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대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챙기는 트렌드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최 회장이 매년 직접 챙기고 있는 박람회 SOVAC(소셜밸류커넥트)은 사회적가치를 말하는 대표적 플랫폼이다.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본인의 철학을 SK 내에서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뜻이다.

재계2위 SK그룹의 로고는 '행복날개'다. 최 회장이 늘 최우선으로 꼽는 것 역시 직원 행복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필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최근 직원들과 만나 최 회장이 한 말에서도 그런 철학이 잘 드러난다.

"소통이 잘 돼야 합니다. 사람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서로 꺼낼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상명하복으로 변질된 조직문화를 우회할 통로가 많이 필요합니다. 인스타그램처럼 즐거운 소통도 좋고 성장과 정체, 조직문화, 보상을 다루는 소통도 좋습니다. ... 꿈과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한 식구가 됩시다. "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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