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급등세에도 카드사들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역주행'하고 있다. 카드론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대출 수요 감소를 최소화하려는 카드사들이 금리를 깎아주며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52~14.51%로 집계됐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카드의 평균 카드론 금리가 한달새 0.43~1.3%P(포인트) 내렸다. 이중 현대카드의 카드론 금리 낙폭이 1.3%P(14.11%→12.81%)로 가장 컸다. 우리카드는 전달과 비교해 0.01%P 올라 큰 변화가 없었다. 하나카드는 1.75%P 올랐지만 올해 들어 카드사 중 가장 낮은 11%대 평균금리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카드사 평균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가 내린 건 시장금리 움직임과 반대 방향이다. 통상 카드사들은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어 전체 자금조달의 약 70%를 채권으로 조달한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이하 여전채) 금리 상승이 고스란히 카드론 금리 인상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3.640%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 1%대에 머물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 3월22일 연 3%를 뚫더니 계속 상승 추세다. 여전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건 2014년 6월 연 3.041%를 기록한 이후 약 7년 8개월 만이기도 하다.
시장금리와 역행한 카드론 금리 하락은 카드사들이 조정금리를 되살리며 금리 상승을 방어하고 있어서다. 조정금리는 우대금리와 특판금리할인 등을 포함하는 고객 맞춤형 할인 금리다. 조정금리가 높을수록 금리 우대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카드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들의 대출 금리를 깎아줬다는 의미다.
지난달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조정금리는 1.75%로 나타났다. 한 달 전(1.31%)보다 0.44%P 높고, 지난해 12월(0.58%)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뛴 것이다.
이같은 카드사들의 출혈 경쟁은 올해부터 카드론이 DSR(총부채원리금산정비율) 산정 때 반영되는 영향이 크다. 카드사들은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카드론 등 대출자산마저 쪼그라들면 수익에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은행권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시장금리 상승에도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대출부문 수익 방어를 위해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리볼빙(일부결제 금액 이월약정) 영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은 저신용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최후의 보루로 이용하는 상품이어서 카드사들은 마케팅을 자제해왔다.
다만 대세 금리인상기에 이런 영업 전략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등 대세 금리상승장에서 카드사의 조달금리도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기 예고에 따라 선제적으로 상당 부분 자금을 조달해 둔 상황이라 현재까지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금리인상기 장기화에 대출 규제, 은행권과의 경쟁 등으로 수익성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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