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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文, 김정은 무력도발에 항의도 못하면서 '친서'만 교환하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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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20여일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했다고 한다.

북한이 올해에만 13번째 미사일을 발사하고 얼마전 전술핵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성공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 받은 것이 적절한 처사인지 논란이 거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퇴임 전까지 보여주기식 쇼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보낸 친서에서 "아쉬운 순간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임기 내 남북 정상 간 대화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며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대화에 임해달라"고도 했다.

이에 김정은은 답신에서 "우리가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역사적 선언과 합의를 내놨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며 "민족 대의를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남북 정상은 김정은이 2018년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다.

양측이 지난 4년간 친서를 통해 나름 신뢰를 쌓아온 점으로 볼 때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친서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력도발을 멈추고 실질적 비핵화에 나서 한반도 긴장이 해소될 때나 가능하다.

지금처럼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오히려 친서에서 북한에 핵개발과 무력도발 폭주를 멈추라고 촉구하고 재발 방지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노력은 못할 망정 이번처럼 '덕담' 수준의 내용만 주고받는 것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현 정권은 출범 후 대북환상에 사로 잡혀 지난 5년간 김정은 눈치를 보면서 저자세 대북정책으로 일관했다.

국민의 수백억 혈세가 들어간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해수부 공무원 사살, 금강산 남측시설 해체 등 북한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굴종적인 모습만 보였다.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 '겁먹은 개' 등 모욕적 발언을 퍼부어도 아무런 대꾸도 못했고, 미사일을 쏴도 '발사체'라고 얼버무렸다.

게다가 뜬구름 잡는 식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 정상회담, 종전선언에 매달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길만 닦아줬다.

이로인해 북한은 올해 들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까지 파기했다.

지금 한반도 안보정세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자신들의 실패한 대북정책으로 극심한 안보 불안을 초래한 데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없다.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제목의 문 대통령 연설집을 출간하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내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현 정권의 빗나간 대북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대북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지속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에 협상의 주도권을 뺏긴 채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선 북한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행동이 그저 가슴만 졸이며 김빠진 도덕성을 보이는 수많은 타협가들의 행동보다 더 우월하다"고 했다.

북한이 더 이상 무모한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억지력을 보여줘야 한다.

평화는 상대 비위를 맞추고 구걸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현 정권은 지난 5년간 그같은 교훈을 몸소 실천해 보여줬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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