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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월드리포트] '132명 사망' 중국 여객기 추락 사고, 미궁으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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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발생한 중국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원인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2개의 블랙박스가 모두 회수됐지만, 중국 당국은 블랙박스의 손상이 심하다고 밝혀 사고 자체가 미궁으로 끝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이 타고 있었는데, 사고 발생 5일 만인 지난달 26일 중국 당국은 탑승자 132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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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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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여객기 시속 1,010km, 방향 117도로 추락"



추락 사고를 조사 중인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은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4월 20일 예비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사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예비 보고서를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제출하도록 한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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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항국이 공개한 사고 조사 예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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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를 통해 사고 당시 여객기가 급강하한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민항국 발표에 따르면, 사고가 난 중국 동방항공 MU5735 여객기는 오후 1시 16분 윈난성 쿤밍공항을 이륙해 11분 뒤에는 순항고도 8,900m에 올랐습니다. 여객기가 고도를 이탈한 것은 이륙한 지 1시간 4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오후 2시 20분 관제탑에 고도 이탈 경보가 울렸습니다. 관제탑이 즉시 호출했지만 여객기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레이더에 기록된 마지막 비행 기록은 2시 21분 40초였고, 당시 여객기의 고도는 3,380m, 시속은 1,010km, 항행 방향은 117도였습니다. 이후 여객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1분여 만에 고도가 8,900m에서 3,380m로 5,520m나 떨어진 것입니다. 여객기가 떨어진 곳에는 넓이 45㎡, 깊이 2.7m의 웅덩이가 생겼습니다. 앞서 추락 장소 인근에 있는 한 업체의 CCTV에는 여객기가 거의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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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찍힌 사고 여객기 추락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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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지점 12km 떨어진 곳에서도 여객기 잔해 발견



새로 드러난 사실 중 하나는 추락 지점에서 12km나 떨어진 곳에서도 여객기 잔해가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발견된 잔해는 오른쪽 날개의 부품인데, 이를 놓고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혹 진화에 나섰습니다. 허난성항공헙회 전문가위원회 챠오산쉰 비서장은 중국 매체 펑파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부품은 날개의 효율을 높이는 장치로, 과도한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속 1,010km에 달하는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품에 과부하가 걸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본체에서 떨어져 나갔을 수 있다"며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수직 꼬리 날개, 방향타, 좌우 엔진, 좌우 날개, 조종석 내부 부품 등이 현장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여객기 본체가 추락 과정에서 공중 분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박스 손상 심각…추락 원인 2년 안에 안 나올 수도"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 민항국은 항공기의 조종사, 승무원, 수리 인원 모두 자격 조건에 부합했다고 밝혔습니다. 운항 전 기체 고장이나 항법 장치, 레이더 설비에 대한 이상 소견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기상 조건 역시 난기류나 낙뢰와 같은 위험 요소가 없었으며, 여객기가 순항고도를 벗어나기 전 관제탑과 마지막으로 교신한 시간은 오후 2시 16분으로, 통신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기내에 위험 물품으로 신고된 화물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고가 왜 났을까,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대목입니다.

이번 사고는 여객기가 비스듬히 활공을 하지 않고 수직에 가깝게 추락한 점, 관제탑의 여러 차례 호출에도 조종사들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희대의 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당시 조종실에는 1명의 기장과 2명의 조종사, 이렇게 3명이 타고 있었는데, 중국 SNS에는 한때 '부조종사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부조종사가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확인된 게 없다며 루머로 단정지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현장에서 회수된 2개의 블랙박스, 즉 '비행 데이터 기록기(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 장치기(CVR)'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사고 원인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2개의 블랙박스가 발견된 시점은 각각 사고 발생 2일 뒤와 6일 뒤입니다.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 중국 당국은 여전히 "데이터 복구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예비 보고서에서 민항국은 "블랙박스 손상이 심하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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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현장에서 발견된 여객기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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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오산쉰 비서장은 이와 관련해 "통상적으로 예비 보고서에는 사고 원인 분석과 결론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가능한 사고 발생 12개월 안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민항국이 합리적인 견해를 내놓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민항국의 의견은 다릅니다. 민항국의 관련 부서 책임자는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항공 사고 조사에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국제적으로 항공기 사고 조사에 보통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2009년 에어프랑스 사고는 3년이 지나서야 최종 보고서가 발표됐고, 중국에서 발생한 이춘 여객기 사고에 대한 조사도 거의 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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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국 이춘 여객기 사고 (출처=징잉쯔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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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 여객기 사고는 지난 2010년 8월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출발한 여객기가 목적지인 이춘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지면에 부딪힌 사고를 말합니다. 탑승자 96명 중 44명이 숨졌는데, 중국 당국은 '관제탑이 기상 여건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기장이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 냈습니다. 그 당시는 기상 여건이 나쁘다는 사실, 여객기와 관제탑 간 교신 내역, 블랙박스 기록 등이 곧바로 밝혀졌는데도 최종 보고서 작성에 2년 가까이 걸렸던 것입니다. 이번 사고의 최종 보고서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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