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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세월호 8주기 팽목항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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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추모객 여전히 발길…"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진도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방파제를 따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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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박준호 기자]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이곳 방파제에 마련된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의 벽' 타일 작품 일부는 파손돼 뜯겨져 나갔고, 난간에 묶여진 리본들은 찢겨지거나 빛이 바랬다.

높이 3m 이상의 '노란 리본 조형물'은 세월호 선체처럼 녹슬어 검붉게 변했고, 참사가 일어난 '2014.04.16'으로 추정되는 글자 중 '6'이라는 숫자가 훼손돼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었다.

추모물들은 조금씩,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지만, 유가족과 추모객의 마음속 생채기는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듯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고(故) 오준영군 어머니 임영애씨는 '그날의 기억'을 떨쳐낼 수가 없다고 한다.

임씨는 "아이들이 살기 위해서 온몸에, 손과 발에 상처를 입은 못습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국가의 부재로 일어난 참사의 진실은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며 "두 번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자가 처벌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8년 전 그날, 기억합니다, 애들아 잘 지내니? 알고 싶습니다. 왜 안 구했는지…진실을 밝히는 일 우리의 몫입니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임씨의 호소에 반응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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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은 16일 팽목항에 빛바랜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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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을 상징하는 빨간 등대 주변에선 구슬픈 판소리 가락이 울려퍼졌고, 곧이어 흰색 복장 차림의 시민들이 꽹과리와 북을 치며 지나가 상여행렬을 연상케 했다.

조화로 꾸며진 등대 앞 추모 벤치에는 누군가가 음료와 사탕, 과자, 과일을 두고가 추모의 뜻을 밝혔다.

추모객들은 약 30km 떨어진 참사 지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세월호를 집어 삼킨 거친 바다가 이날은 모른척하 듯 잔잔한 물결 소리만 들려줘 야속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경기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안전사고로 숨진 고(故)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도 발걸음을 하며 진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으며 "그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씨는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희생자 304명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용서를 빈다"고 고개를 떨궜다.

해남에서 온 중학생 김경미양은 "희생자와는 얼굴도 잘 모르지만 언니, 오빠들이 보고 싶어 부모님과 함께 왔다"며 "사고 당시 얼마나 무서웠을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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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팽목 기억관에서 추모객들이 추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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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란 유채꽃이 철조망에 걸린 리본들과 조화를 이뤘고, 그 주변에 자리잡은 '세월호 팽목기억관'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가 담긴 이곳에는 단원고 10개반 단체사진과 참사를 기억하는 조형물, 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추모객은 방문록을 작성한 뒤 향로에 향을 피웠고, 희생자 사진을 보며 추념의 시간을 가졌다.

방명록에는 수많은 추모객들이 다녀간 듯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등 문구가 빼곡히 남겨져 있었다.

김민선씨(58·여)는 "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이나 흘렀지만 참사에 대한 진실은 바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하늘의 별이 된 304명을 기억하고 참사의 진상규명이 밝혀질 때까지 각자의 삶터에서도 기억할 것"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한편 세월호팽목기억연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3시40분 평목세월호기억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기억식을 마친 후에는 진도국악고 학생들 외 5팀이 4시16분까지 공연을 연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호남취재본부 박준호 기자 juno1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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