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배급 기다리며 울먹이는 우크라 여성 |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우크라이나인 리우보미라 판추크씨는 지난 1월만 해도 행복해 했다. 남편, 세 딸과 함께 곧 태어날 네 번째 아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남편은 징집으로 우크라이나에 남아야 했고, 그는 세 딸과 태어난지 3주밖에 되지 않은 갓난 아이를 데리고 폴란드로 피란을 가야했다.
가족이 간 곳은 폴란드 중부의 좀프키 마을. 집값이 낮고 수도 바르샤바와 멀지 않아 최근 젊은 가족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곳이다.
가족은 현재 폴란드 정부 지원금과 이웃 주민들의 도움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러나 삶은 위태롭다. 지원금은 한계가 있고 육아로 일하러는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난민의 위기는 여성의 위기'이라며 피란을 간 여성들이 겪는 경험을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피란민의 90% 이상이 여성과 아이들로, 피란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폭탄과 전쟁으로부터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안전'에는 지원금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데에 있다.
폴란드 시민들이 난민들에게 방과 아파트를 내줬지만 언제까지 지낼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곧 임대료를 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난민 유입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임대료는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여성의 눈물 |
이들 피란 여성들이 집안 일을 하며 일하기란 쉽지 않다.
폴란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연구하는 SGH 바르샤바 경제대학 노동경제학자 이다 마그다는 "근무시간 유연제와 같은 가족 친화적인 정책들은 폴란드 노동시장에서는 아직 드물다"고 말했다.
3살 이하 어린이를 돌보는 비용은 비싸 아이가 프리스쿨에 들어갈 때까지 집에 있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
공립 프리스쿨은 3세부터 6세까지로 확대됐고, 최근 폴란드 교육부는 학교에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위해 각 반당 3명을 더 받으라고 지시했다.
갓난아이가 있는 엄마들을 위한 선택지는 없다. 폴란드에는 3살 이하 아이들을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보육 센터가 없고, 일부 사립 센터만 있을 뿐이다.
판추크씨는 "아이가 조금 더 커서 큰딸이 좀 돌볼 수 있을 때가 돼야 시간제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계획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수용 인원을 늘리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학급당 인원 상한은 아이들이 적절한 감독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더 확대하면 아이들 교육은 물론 안전도 위험에 처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폴란드 정부가 자국 여성들을 배제한 채 난민 엄마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자칫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마그다는 "자기 아이들을 유치원에 못 보낸 이들은 '다른 애들은 어떻게 갔지'라고 물을 것"이라며 이런 게 쌓이면 분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안전한 정착을 돕고 싶어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관심이 없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마지막은 싸움인데 ,이는 푸틴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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