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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검수완박' 폭주, 문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상식 아닌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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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기는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찬성할수도, 반대할수도 있는 가치판단의 사안이다.

무소불위 검찰권력 견제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수사권 박탈에 찬성할 것이다.

범죄자 처벌과 권력비리 수사가 약화될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면 반대할 것이다.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번갯불에 콩 볶듯 졸속으로 결정할 일은 결코 아니다.

이런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폭주는 정상이 아니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차기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하려 새정부 출범전 막무가내 강행처리에 나선건 절차적 정당성을 짓밟는 입법 폭주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더 중요한건 사실 이럴 자격조차 없다는 점이다.

지난 5년내내 친정부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 검찰 독립성을 형해화시킨게 이 정권이다.

이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훼방놓고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넘쳐난다.

그런데 정권을 뺏기자 검찰 개혁·정상화를 외치며 뜬금없이 검찰수사권을 빼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하다.

검찰이 반발하자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만들기에 검찰이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 얼굴에 침뱉기다. 지금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아닌가.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한술 더 떴다.

"윤석열 정부가 공안 통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실제로 그렇게 될 개연성도 크지 않은 일을 막기위해 검찰 수사권을 뺏겠다는 억지논리다.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의원 면면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대표 발의자인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국씨 아들에게 가짜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1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최강욱 의원은 공동발의자중 한명이다.

범죄 피의자들이 수사 자체를 막는 법을 만드는격이라는 조롱이 빗발치는건 이때문이다.

황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는 충격 그 자체다.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하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은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일에 치이고 있는 경찰이 수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수사권을 뺏기만 하면 나중에 수사권이 넘어가도 경찰의 여력이 없으니 6배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수사가 제대로 안될 것이라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것이다.

수사공백을 조장하는 이런 인식체계를 가진 사람이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라는게 놀라울 뿐이다.

실제로 검찰 6대범죄 수사권을 앞으로 신설한다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기면 상당기간 수사공백이 불가피하다.

수사관 파견 등 제대로된 수사역량을 갖추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수청이 1년이상 제대로된 수사역량을 보여주지 못한채 헛발질만 거듭하다 존폐기로에 놓인 제2의 공수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러니 '검수완박'이라는게 정권 비리수사를 무력화 시키고, 특정인을 보호하려 법을 뜯어고치는 '위인설법(爲人設法)'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대장동·백현동 게이트, 성남 FC건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아예 틀어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힘든 행태다.

검수완박을 앞세워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최면에 걸린것처럼 "문재인·이재명을 지키겠다"며 호위무사를 자처하는것도 상식에서 벗어난다.

의원들은 국민의 혈세로 세비를 받는 공복이다.

국민의 머슴이어야 할 의원들이 사당(私黨)에 소속된 사람들처럼 특정인을 맹목적으로 지키겠다고 하는건 이해하기 힘들다.

정당한 법집행도 '정치보복'프레임을 걸어 수사를 막겠다는 선언이자, 죄가 드러나도 우리편의 죄는 죄가 아니니 수사하지 말라는 방어막을 치는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연산군이 자신의 죄를 덮기위해 사헌부를 폐지한것처럼 '검수완박'이 문재인·이재명을 지키기위한 법이라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다.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을 피하려면 이같은 국민적 의혹은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검수완박' 수혜자라는 괜한 오해를 사고 있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게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래야 오해도 풀고, 거악을 저지른 권력자와 범죄자들만 살판 나는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칠것) 세상을 피할수 있지 않겠나.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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