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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다학제·다직종 치료와 최신 항암치료, 중증 위암 환자 생존율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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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대구로병원은 다양한 진료과 의사와 전담 간호사, 영양사가 함께하는 다직종 치료로 위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인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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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과 구토 증상이 갑자기 한 달째 지속했던 김정훈(가명·54)씨는 위암 때문에 위 출구가 막히고 복강 내 암세포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의 담당 교수인 고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김종한 교수는 “김씨처럼 복막 전이가 발생한 중증 위암 환자는 다기관 임상 연구를 활용해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의료진들이 논의한 끝에 위 우회술을 통해 식사할 수 있는 길을 만든 뒤 복막과 전신으로 퍼져 있는 암세포는 고대구로병원에서 진행 중인 복강 내 항암 치료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술 후 김씨는 정상적으로 식사할 수 있게 됐다. 8차례의 복강 내 항암 치료를 마친 뒤에는 전신 항암 치료를 유지하면서 1년6개월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위암은 상대 생존율이 높고 표준 치료가 비교적 명확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씨처럼 진행한 위암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위암 환자의 20%는 5년 생존율이 약 50%에 그치는 3기 환자다. 완치 목적의 치료가 불가능한 4기 환자도 전체의 10%를 유지한다. 고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장유진 교수는 “1~3기 위암 환자의 초기 치료는 표준치료가 명확하다. 하지만 재발이거나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에서 장폐쇄, 간 담도계 이상, 복수 등 난치성 문제가 발생했을 땐 정해진 표준치료가 없다”고 말했다.

복막 전이 위암 3상 임상 연구

고대구로병원은 다학제·다직종 치료와 연구 인프라로 중증 위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인다. 장 교수는 “수술 이후 50% 정도가 재발하는 3기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과가 협진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며 “특히 중요하게 논의하는 환자는 완치가 불가능한 4기 위암 환자와 위암 수술 시행 후 재발한 환자 중 복막 전이 환자”라고 말했다.

복막 전이는 4기 진행성 위암 환자에게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전이·재발의 약 40%를 차지한다. 복강 전체에 복막 전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도·위치가 다양하다. 소장·대장을 막으면 음식물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거나 장기의 운동성을 저하하고, 흡수 장애를 일으켜 식이가 불가능해진다. 소화액이 내려가지 못해 황달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엔 장 천공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 교수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복막 전이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수술·내시경 치료와 영상의학과의 중재 시술, 이에 따른 합병증 발생을 다각도로 고려해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위암 다학제 연구팀은 난치성인 복막 전이 위암 환자를 치료 영역으로 편입하기 위한 임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복막 전이를 동반한 4기 위암 환자의 복강 내 항암요법과 관련한 3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원격 전이를 동반한 위암 환자는 완화적 전신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치료지만 복막 전이를 동반했을 때는 이마저도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며 “복강 내 항암 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기존 전신 항암 치료만 하는 것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고, 이에 대한 허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위암은 다른 장기 암보다 복막 전이 진행 속도가 빠르고, 소장 침범이 진행된 경우엔 식이 등이 어려워 전신 항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또 복막-혈장 장벽 때문에 약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전문 식이 교육이 치료 효과 높여

고대구로병원은 국내외에서 위암 치료의 표준을 확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연구기관이다. 현재의 2, 3기 위암 국제 표준치료를 확립하는 다국적·다기관 연구의 주 연구기관이었다. 지난해에 발표된 ‘위암에서의 선행 화학요법 치료 효과’를 입증한 다기관 연구에도 참여했다. 장 교수는 “대형 의료기관 못지않게 다양한 중증 위암 환자의 치료 데이터를 축적해 오며 위암 임상 연구 초창기부터 지속해서 연구에 참여해 왔다”며 “다학제에서 각 과의 전문가가 최신 진료와 연구 동향에 대한 토론을 자유롭게 이어나가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과에서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현 상태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치료가 무엇인지 논의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다학제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에서는 다학제와 함께 ‘다직종 치료’로 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높인다. 전담 간호사와 영양사 등 다양한 직종이 참여해 환자에게 수술 후 식이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장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항암 치료가 필요한 2기 이상의 환자는 늦어도 8주 이내에 항암을 시작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며 “식이 조절을 잘해 합병증 발생을 줄이고, 전신 상태를 회복해 항암 치료를 제때 시작하는 것이 치료의 성공 요소”라고 말했다.

위암 수술 후에는 섭취 가능한 식사량이 적어진다. 한 달 내에 10% 이상 체중 감소가 발생하고, 빈혈과 단백질 결핍 등 영양실조가 발생한다. 흡인성 폐렴과 지연성 위 배출 장애도 생기기 쉽다. 80세 이상 고령 위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식이 조절이 잘 안 되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 등이 생길 수 있다. 장 교수는 “1990년대부터 수술 후 식이 주의사항이 담긴 소책자를 활용해 교육하며 위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며 “간호사와 영양사의 전문적인 교육은 환자의 회복과 항암 치료 지속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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