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이달 초 출간된 논문 '국내외 통화정책 충격과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Domestic and External Monetary Policy Shocks and Economic Inequality in the Republic of Korea)'에 따르면 해외 통화정책 충격이 국내 통화정책보다 국내 자산 분배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확장적 국내 통화정책이 시행되면 처음 몇 분기 동안에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자산 불평등의 경우에는 확장적 국내 통화정책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의 이전효과가 발생해 개선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기간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됐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외부의 통화정책 충격이 국내 통화 정책 충격보다 오히려 자산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통화정책 사이클의 확장 국면에서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 부동산·주식·채권 등 자산 가격이 부풀려져 자산 불평등 악화되고 금융 불균형이 초래되는 반면, 글로벌 통화 사이클이 갑자기 긴축 국면으로 전환되면 자본 흐름이 반전돼 자산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자산 불평등은 개선되지만 소득 불평등은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함준호 연세대 교수(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는 "자산 불평등의 경우 외부의 통화충격 또는 글로벌 금융상황으로부터 비롯된 자본유출입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은 자본시장이 열려있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 상황이 국내 자산분배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본의 유출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외부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외국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면 순외국자산 포지션은 악화됐다. 해당 연구는 자산 불평등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장소득의 P90/P10 배율(하위 10% 소득 대비 상위 10% 소득 배율)을 이용했다. [자료 출처 = A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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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따르면 외부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면 순외화자산(Net Foreign Assets·NFA) 포지션이 악화돼 자산 불평등이 심화됐다. NFA는 외환·통화 정책에 이용되는 금융지표로, 한 나라의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자산에서 대외부채를 뺀 잔액을 의미한다. NFA가 클수록 대외상황에 대한 대비가 안정적으로 돼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외국 자본 유입 충격 이후 자산 불평등이 악화된 것은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자산 가격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논문은 한국의 장기 금리는 국내 통화 정책보다 세계 금융 사이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데,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와 세계 장기금리 간 동조화 경향이 강해진 것은 최근 몇 년간 외부 통화정책 충격에 따른 금융자산 가격효과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개방 경제인 한국이 향후 거시건전성 정책을 마련하는데 있어 국내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해외 통화정책 충격에 더욱 유의해야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해당 연구는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약 22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라 장기적 결과를 분석하기에는 충분치 않음을 밝혔다. 함 교수는 "코로나 확산 이후의 데이터는 포함이 안 돼 있어 데이터를 더 확보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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