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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경유 생산 늘리니 항공유가 부족… 치솟는 ‘항공유 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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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항공유 수익성(마진·margin)이 2008년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급 이슈가 불거진 경유 생산을 늘리다보니 같은 시설에서 만드는 항공유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국제 여행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정유업계는 항공유 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항공유 마진은 지난달 다섯째 주 기준 배럴(약 159리터)당 30.3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5월 셋째 주(44.48달러)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휘발유 마진(15.26달러)보다는 두 배가량 높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경유 마진(35.28달러)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유는 등유에 첨가제를 넣어 만든다. 마진은 국제 등유 가격에서 두바이유를 제해 산출한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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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유는 마진이 높아 정유사의 효자 상품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론 오히려 정유사의 수익을 깎아먹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2020년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10달러대 마진을 유지했지만 2020년 5월 첫째 주에는 마진이 배럴당 -6.2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3분기까지도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위드(with) 코로나’ 기대감이 불거지면서 두 자릿수로 겨우 올라섰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 첫째 주에 배럴당 12.88달러에서 둘째 주 23.69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항공유 마진이 최근 들어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경유의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내 경유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고, 정유사들은 경유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한 뒤 이를 가열해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등유와 경유는 끓는 점이 각각 180~250도, 250~350도로 맞닿아 있어 생산시설을 공유한다. 경유 생산을 늘리다 보니 등유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이에 항공유 마진도 덩달아 뛰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세계적으로 항공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항공유 마진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공항 이용객은 636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853만명) 대비 31%, 전년(3805만명) 대비 67% 늘어난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 일일 이용객 수 역시 지난 1일 기준 2만1646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하반기로 갈수록 국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항공유 마진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50% 수준까지 복원시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항공유의 높은 마진은 항공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료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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