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수출 신기록 세웠지만…고유가 악재에 무역수지 '반짝 흑자' 끝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월 수출·수입 모두 사상 최대…무역수지 다시 적자로

정부 "비우호적 환경 이어져…수출 동력 유지 총력"

연합뉴스

부산항 감만부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지난달 무역수지가 2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인해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이어지며 수입액이 수출액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수출 역시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그나마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였다.

문제는 국제 정세 불안정 속에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출 동력을 최대한 유지해 무역수지를 개선한다는 목표다.

◇ 반도체·석유화학 사상 최대 실적에 수출 신기록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18.2% 증가한 634억8천만달러, 수입은 27.9% 늘어난 636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48억9천만달러 적자)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2월 '반짝 흑자'는 한 달 만에 끝났다.

다만 적자 폭은 1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지난달 수출이 무역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월간 기준 최대 규모를 달성한 덕분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27억6천만달러로 월간 사상 최고치였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작년 3월보다 하루 적다.

지난달 수출 호조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주력 품목이 이끌고 정보기술(IT) 및 신성장 품목이 떠받쳤다.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확산에 따른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작년 동기 대비 38.0% 많은 131억2천만달러어치가 수출돼 처음으로 130억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석유화학은 전방산업의 수요 확대와 고유가로 인한 단가 상승으로 인해 14.8% 많은 54억2천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이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무선통신기기(44.5%), 디스플레이(48.4%)와 같은 IT 품목과 바이오헬스(24.2%) 등 유망 신산업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수출 호조에 기여했다.

바이오헬스(18억5천만달러) 수출은 역대 2위, 컴퓨터(16억8천만달러)는 역대 3월 중 1위를 각각 달성했다.

그 외 원자재 가공 품목 역시 수요 확대와 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2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석유제품 수출은 90.1% 증가한 52억1천만달러, 철강은 26.8% 늘어난 35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철강 수출액은 역대 3월 중 가장 많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9.7% 감소한 39억7천만달러로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일본 지진 등 공급망 차질 요인이 잇달아 발생해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선박도 35.9% 줄어든 15억달러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16.6%), 아세안(44.4%), 미국(19.9%) 등 3대 시장의 수출이 일제히 증가해 역대 월간 기준 1위를 달성했다.

일본(14.4%)과 중남미(25.6%), 중동(17.4%), 인도(12.9%) 등 신흥시장도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작년 3월의 역 기저효과로 인해 2.0% 감소했다.

독립국가연합(CIS)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무역환경이 악화된 여파로 37.7% 줄었다. CIS 수출 중 약 70%가 대(對)러시아 수출이다.

러시아로의 수출은 자동차, 차부품, 일반기계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 급감했으며 우크라이나로의 수출 역시 95% 이상 줄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우크라 사태에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CG)
[연합뉴스TV 제공]



◇ 에너지 가격 급등에 수입도 역대 최대…무역수지 '비상'

지난달 수입액(634억8천만달러)은 기존 최고치인 작년 12월의 611억6천만달러를 30억달러 이상 상회하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면서 전체 수입액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84억7천만달러 많은 161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110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지난 1월의 기록(159억4천만달러)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에너지 가격 추이를 보면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작년 3월 배럴당 64.44달러에서 지난달 110.93달러로 72% 올랐다.

같은 기간 석탄(호주탄)은 t(톤)당 60.7달러에서 328.2달러로 무려 441% 급등했으며 가스(JKM) 역시 mmbtu(열랑 단위)당 8.26달러에서 24.81달러로 200% 상승했다.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수출실적 호조와 더불어 생산에 필요한 납사(전년 동기 대비 62.5%) 등 원자재와 철강제품(36.6%), 메모리반도체(49.1%) 등 중간재 수입도 함께 증가해 수입액 증가 폭을 키웠다.

다만 산업부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일본·프랑스·미국 등 주요국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동절기 들어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월까지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프랑스와 미국도 1월에 각각 80억유로, 84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통상적으로 봄철과 여름철에 가까워질수록 수요 감소에 따라 에너지 수입 물량이 줄고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세도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에너지 가격의 향후 동향을 쉽게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에너지 수입 물량이 4월부터는 1∼3월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 물량이 줄더라도 국제 정세 및 공급망 불안정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수출 동력이 약화되면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등 우리 무역·공급망 전반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신속한 무역금융 제공, 물류 지원책 실시, 해외 바이어 연계 등과 같은 정책적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bryo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