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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국방부는 정권 이양기에 대대적인 이전을 준비하며 북한의 ICBM 발사와 핵 실험 등 대형 도발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정부 때처럼 경호처장이 군과 국방부를 간섭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누가 국방부의 차기 수장 자리에 올라 중첩된 난국을 타개할까. 야당 캠프에 쟁쟁한 예비역들이 많이 몰려 대선 직후 차기 국방장관 후보군의 명단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났습니다. 3주가 지난 지금도 10명 안팎으로 적지 않습니다. 당선인 측의 옥석 고르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관록의 4성…임호영, 김용우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뒤에서 임호영 부사령관이 안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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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육사 38기)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이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육사 38기)과 사관학교 동기라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힙니다. 임호영 전 부사령관은 동기 중에 제일 먼저 4성으로 진급했고, 김용현 전 본부장은 경쟁에서 밀려 3성에 그쳤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김용현 전 본부장이 국방 상왕(上王)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임호영 전 부사령관이 김용현 전 본부장을 견제하며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장관 카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김용현 전 본부장이 임 전 부사령관의 입각에 반대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임호영 전 부사령관과 가까운 사람들은 "임 전 부사령관이 최고 유력 후보", "청문회 경쟁력이 제일 뛰어난 후보"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하고 있습니다. 연합사 부사령관에 앞서 연합사 작전참모 차장도 맡은 적이 있어서 미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미동맹 강화에 강점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김용우 전 육군 총장, 이순진 전 합참의장, 그리고 뒷줄의 중앙의 박한기 전 합참의장 등이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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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전 육군 참모총장(육사 39기)은 사단장, 군단장, 합참 본부장, 참모총장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육군 첨단화에 기여했고,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군 첨단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했습니다. 새 정부 장관 청문회의 난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호남 출신의 김용우 전 총장을 내세우면 민주당의 공세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예비역 육군 장성 중에서 육군의 지지가 가장 단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대 보수 정부의 몇몇 국방장관들도 김용우 전 총장을 신뢰한다니 상하의 신망이 두루 두터운 것 같습니다. 국방부의 4분할, 5분할 이전으로 흔들리는 군심을 다잡는 데 적격이라는 평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이를 교묘하게 악용해 반대급부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준비된 장관…류제승, 백승주
2014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이 북한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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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육사 35기)은 지난 여름부터 야당 캠프에 투신해 각종 국방 공약 수립에 핵심 역할에 했습니다. 현재는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의 취임사 필진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취임사 필진 중 유일한 예비역이란 점은 류 전 실장이 당선인의 국방 비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방증입니다. 3년여 국방정책실장으로 일하며 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한미일 안보 협력 등 까다로운 사안들에서 정책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3성 출신이라는 단점을 정책 경험으로 만회했다는 평입니다.
독일 보쿰대 역사학 박사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번역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입니다. "전쟁은 단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책(정치)의 연속"이라는 전쟁론을 관통하는 정신은 지금도 문민통제의 흔들리지 않는 규범인데, 국내에서 류 전 실장만큼 이에 정통한 인물도 없습니다. 8군단장, 11기계화보병사단장 등을 거쳐 작전에 능통합니다. 남북의 벼랑끝 군사회담 경험이 풍부해 북한 군부의 심리 파악에 능합니다.
새 정부가 국방장관에 최초로 문민을 앉힌다면 1순위는 백승주 전 국방차관입니다. 경북대 정치학 박사로 2013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차관직을 역임했습니다. 첫 문민 국방차관이자 역대 최연소 국방차관의 기록을 썼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지냈을 정도로 북한과 안보 문제에 정통합니다.
참군인…박한기, 이승도
북한이 2013년 살포한 삐라. 박근혜, 김관진과 함께 이승도 연평부대장을 역적이라고 적시했다. |
이번 정부에서 3성, 4성 계급장 달고, 전역 후 대선 캠프에 발을 들이지 않은 채 정치 중립의 길을 걷는 예비역은 딱 두 명입니다. 박한기 전 합참의장(학군 21기)과 이승도 전 해병대 사령관(해사 40기)입니다. 안보를 위해서라면 정치권력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하는 무골들입니다.
이승도 전 사령관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의 현장 지휘관입니다. 대한민국 장성 중 유일하게 실전 경험이 있습니다. 북한이 박근혜, 김관진과 함께 역적의 반열에 올렸을 정도로 이 전 사령관을 두려워합니다. 이 전 사령관은 "북한은 적"이라는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습니다. 당정청이 상륙공격헬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마린온 개량형을 밀 때 부하 해병들의 안전을 위해 "진짜 공격헬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강단을 보여줬습니다. 수십 년 간 장관 배출 못 한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이 단점 아닌 단점입니다.
박한기 전 의장은 정부가 북핵 위협을 과소평가할 때 "북한은 수개월 내에 핵 실험장 갱도를 복구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남북 대화와 협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유례없는 모순적 상황에서 군을 무난하게 통솔했습니다. 주한미군 지휘부와 워낙 관계가 좋아 한미동맹의 큰 자산이라는 평입니다.
이밖에 이순진 전 합참의장(3사 14기), 최병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육사 41기),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해사 39기) 등도 차기 장관 후보군으로 분류됩니다. 어떤 이가 장관 자리에 오르든 청와대-국방부-합참-각군 사령부로 이어지는 지휘체계가 흐트러질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간섭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북한의 도발에 잘 맞서야 하는 복합적 도전을 이겨내야 합니다. 막중한 역할이 주어지는 만큼 사사로운 인연과 이익이 아니라 엄정한 기준에 따라 장관 후보자가 선정돼야 할 것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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