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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우크라 사태에 밀가격 80% 폭등…수입갈비 50% 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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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직원이 수입산 쇠고기를 진열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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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9시 경기도 판교의 대형마트 육류코너. 40~50개가 가득 차야 할 호주산 소고기 진열대에 포장 상품 4개만 남아있었다. 남은 상품은 600g대에 1만8000원인 호주산 스테이크용 척아이롤. 직원은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면서 퇴근 시간 이후에는 상품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수입산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국내산에 비해 여전히 낮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 옆 코너에 한우 등심은 300g대에 3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가파르게 수입산 소고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산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 우려 때문에 중국이 상하이를 봉쇄해 물류 체제가 불안정해진 데다가 해외 축산농가에서 노동력 부족을 계속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도 대형마트서 500원 인상



30일 농산물유통정보(ATKAMIS)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미국산 갈비가 100g에 3765원을 기록했다. 전년 평균 가격(2454원)에 비해 53% 상승한 가격이다. 호주산 갈비도 같은 기간 100g당 2494원에서 3497원으로 40% 올랐다. 한 대형마트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 가격 역시 100g 기준으로 지난해 1380원 대비 500원 인상된 18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수입 과일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ATKAMIS에 따르면 미국산 오렌지는 같은 기간 23%, 수입 망고는 16% 인상됐다. 시내 한 대형마트의 아포카도 1개 판매 가격은 3480원으로 전년 동월 1780원보다 49%, 바나나 한 송이는 4980원에서 5480원으로 9% 올랐다. 러시아 상공을 경유해오는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도 크게 증가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주간 수산물 동향 자료에 따르면 3월 4주차(21~26일) 연어 가격은 1㎏당 2만600원으로 전년 평균 가격인 1만1200원 대비 80%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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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최근 수입 쇠고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을 전 세계 수요 증가와 미국 내 육류 공장 근로자 부족, 서부 항만 물류 적체 현상 등으로 꼽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서부 해안 항구에서 2만2000여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계약이 6월 만료돼 물류 적체 현상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도 재택 근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항만 물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은 80% 가까이 상승했다. 농촌경제연구원(KREI)가 시카고선물거래소(CBOT)를 통해 받은 세계 곡물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밀 가격은 t당 412달러(약 49만9000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76% 오른 셈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맡고 있다. 롭 맥키 미국제빵사협회장은 방송을 통해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밀 가격 폭등에 국내 도넛 가격도 줄줄이 인상



한국도 밀 99%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롯데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은 다음 달 1일부터 도넛 제품의 가격을 평균 5.8% 올리겠다고 30일 밝혔다. 경쟁사인 던킨도 앞서 ‘미니 도넛’ 제품 가격을 6900원에서 7500원으로 올렸다. 국내 제빵 업체 관계자는 “미국이나 호주산 밀을 주로 수입하지만 앞으로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곡물 가격 상승은 사료 가격을 올려 다시 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관계자는 “사료 가격 상승과 유가 인상, 환율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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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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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업체들은 산지를 다양화시키고 냉동식품 사전 비축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힘쓰고 있다. 2년 전에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을 주로 수입했지만 지난해부터 미국산을 병행 수입하는 식이다. 냉동식품의 경우 지난해 미리 대량 주문해 가격이 내려갈 수 있었다. 이마트의 스페인산 냉동 삼겹살은 지난해 3월 대비 7%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농장에 원래 중남미 출신 노동자들이 일을 많이 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중국의 육류 소비 증가가 맞물려 예상했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이 급격히 다가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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