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Big Step·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 가능성에 국내 채권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3.352%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건 2014년 6월 연 3.041%를 기록한 이후 약 7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 1%대에 머물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 22일 연 3%를 뚫더니 계속 상승 추세다. 지난 28일에는 연 3.434%를 찍기도 했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미국 연준이 최근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겠다고 방향을 설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국내 국고채 뿐 아니라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여기에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등으로 카드업황 전망이 어두운 것도 여전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에 따라 향후 숨겨진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 여전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올해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여전채 금리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어 전체 자금조달의 약 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다. 여전채 발행 비용 증가분이 고스란히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새해 들어 우대금리를 확대해 카드론 고객 이탈을 방어하려 했던 카드사들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조정금리는 1.31%로 나타났다. 한 달 전(1.12%)보다 0.19%P(포인트) 높고, 지난해 말(0.5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조정금리는 우대금리와 특판금리할인 등을 포함하는 고객 맞춤형 할인 금리다. 조정금리가 높을수록 금리 우대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카드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들의 대출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카드사들이 상당 부분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해 놓긴 했다"면서도 "다만 금리인상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카드론 금리 상승은 '정해진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