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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가족도 모른 채 홀로 맞는 임종…노인 고독사,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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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웃도 모른 채 쓸쓸히 눈 감는 노인 늘어

국내 '무연고 시신처리' 중 45%는 65세 이상

고독사도 매년 늘어…지난 2018년 이후 연간 1000명대

고령화 시대 맞춘 사회적 안전망·복지 체계 필요성 커져

전문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도 중요"

아시아경제

지난 20일 숨진 채 발견된 70대 노인 자택의 밥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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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가족도, 이웃도 모르는 사이 홀로 눈을 감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에게 가장 존엄한 순간이어야 할 임종을 고독하게 맞이하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독거노인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7시37분께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70대 노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집 안에는 음식물이 담긴 냄비가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밥솥에는 먹지 않은 쉰 밥이 눌어붙어 있었다.

A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이웃 주민이었다. 이웃은 A씨의 집 안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소방당국에 신고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A씨의 집을 개방하고 난 뒤에야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독거노인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당뇨 환자였기 때문에 관할구청의 1인 가구 모니터링 대상자에 포함돼 있었다. 그는 최근 2주 동안 가족, 친지의 왕래가 끊긴 상태였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지난달 25일 확인 방문차 들른 구청 모니터링 직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앓던 지병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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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연고 시신처리된 1만2000여명 중 약 45%는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이웃은 물론 가족도 모른 채 쓸쓸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노인 고독사 문제가 갈수록 사회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서울 종로에 홀로 거주하던 70대 B씨는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급히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눈을 감았다. B씨의 유족 측은 시신 인수를 거부했고 결국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공영 장례를 치렀다.

같은 해 2월, 서울 구로구에 홀로 살던 60대 C씨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택 인근 복지관을 다니던 C씨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설이 폐쇄되면서 교류가 줄어들자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며칠 동안 C씨의 전동휠체어가 현관 앞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지인이 문을 열고 들어간 뒤 C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망한 독거노인 중 상당수는 '무연고 사망자'로 장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혹은 연고자가 있지만, 주검 인수를 거부·기피할 경우를 뜻한다. 고독사한 노인들은 가족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접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가족과 연락이 닿는다고 해도 그들이 장례를 치르길 거부할 때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연고 시신처리된 전체 1만2079명 중 약 45%(5480명)는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인원수 또한 지난 2017년 835명, 2018년 1067명, 2019년 1204명, 2020년 1385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8월까지 989명으로 집계돼, 3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1000명대에 근접했다.

노인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전체적인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 추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 중 혼자 사는 독거노인 가구 수는 지난 2017년 134만6677명이었으나, 지난해 기준 167만414명으로 4년 만에 약 2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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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독거노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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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65세 이상의 노인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할 수 있어 주기적인 건강 검진, 의료 서비스 지원 등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독거노인 가구는 이런 서비스에 수월하게 접근하지 못하다 보니 고독사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통해 독거노인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가사 도우미를 지원하는 단기가사서비스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립지원사업 ▲독거노인 사회관계 활성화 및 지역사회 자원연계 사업 ▲자택 내 화재 가스감지기 및 응급호출기 설치 사업 등이 그 예시다.

전문가는 단순한 정부 지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독거노인 등 취약한 1인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1인가구는 대다수가 저소득·고연령층으로 정부의 자체적인 모니터링과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라며 "독거노인 복지 분야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고, 무엇보다도 혼자 사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연대다. 가족·친지뿐만 아니라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를 넘어 공동체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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