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업정책과 통상 일체화" vs 외교부 "안보차원 통상 중요"
일본 수출규제(PG)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김효정 기자 = 새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통상 파트가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대한 각각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간접 논리 대결을 벌였다.
산업부는 통상 기능 유지를 위해 통상과 실물 경제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한 반면 외교부는 통상 기능을 되찾아 오기 위해 안보 차원에서의 통상 정책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산업부는 이날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5대 추진 전략을 보고하면서 그중 하나로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전략'을 강조했다.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논란의 대상인 통상 기능의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교란이 상시화되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충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통상을 산업과 분리해 볼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세계 주요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인 만큼 지금처럼 실물 경제 부처가 통상을 담당해야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산업부의 논리다.
업계에서는 산업과 통상을 분리해 볼 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소재 수급 위기, 지난해부터 지속 중인 글로벌 물류 대란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의 위기상황을 꼽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위기가 상시화되고 경제와 안보의 접점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제는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통상 이슈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교부 |
반면 외교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경제 안보'를 거론하며 산업부로부터 통상교섭권을 되찾아야 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시장 개방이 통상의 주된 패러다임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미중 전략경쟁 등 정치·안보적 이해관계가 통상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안보'가 중요해졌다는 것이 외교부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정책 사령탑이자 재외공관 네트워크를 갖춘 외교부가 다시 통상교섭권을 가져야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과 안보가 한몸이 된 현실에서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수행하면 거꾸로 외교까지 하게 된다는 문제 의식도 있다.
예컨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이하 IPEF)는 통상 이슈지만 본질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IPEF를 산업부와 외교부가 함께 다루면 결국 정부 내에서 대외 채널이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기능 이관 문제가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로 정권 교체 때마다 산업부와 외교부에 번갈아 흡수되면서 치열한 '줄다리기'의 대상이 돼 왔다.
통상 기능은 상공부, 외무부, 경제기획원에 분산돼 있다가 1994년 12월 상공부를 통상산업부로 개편하면서 통상기능이 일원화됐다.
그러다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 기능이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넘어가면서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됐다. 미국의 USTR(무역대표부)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초대 본부장은 후일 국무총리와 주미대사 등을 지낸 한덕수 본부장이 맡았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통상은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다시 넘어갔고, 현 문재인 정부 초기에 외교부로의 재이관 계획이 거론됐으나 막판에 백지화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상기능 이관과 관련해 "기조분과가 중심이 돼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새 정부의 효율적 국정운영에 대한 조직개편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것을 시작한 단계"라며 "답이 나오려면 상당 기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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