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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빠졌는데, 왜 휘발윳값 안 내려"…올릴땐 팍팍, 내릴땐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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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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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2654원, 경유가 리터당 2642원에 판매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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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땐 실시간, 내릴 땐 2주."

국내 주유소 기름값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이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의 내림세는 사흘 만에 끝났다. 오를 땐 거침없던 휘발유 가격이 내릴 땐 엉금엉금이라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24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2001.81원으로 전일 대비 0.09원 올랐다. 21일 이후 3일 연속 하락한 휘발유 가격이 이날 오후 들어 상승세로 전환된 것. 23일(현지시간) 런던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물이 전일 대비 배럴당 6.12달러(5.3%) 오른 121.6달러(약 14만8000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석유 제품 가격도 추가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를 수입·정제한 후 국내에 판매하는 기간이 통상 2~3주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사흘간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은 이달 중순 국제유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27.86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15일 배럴당 99.78달러까지 하락했다. 올해 1월 이후 두 달 넘게 연속 상승했던 국내 휘발유 가격이 주춤한 것도 이 기간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등락폭이다. 3월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기에는 하루 최대 리터당 30원 넘게 제품가격이 빠르게 오른 반면 하락기에는 하루 1원 미만의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3월 일평균 전국 휘발유 가격을 살펴보면 상승폭이 가장 컸던 8일에는 전일 대비 32.27원 상승했다. 9일과 10일 역시 각각 리터당 31.79원, 21.33원이 상승하는 등 3월 둘째주(7~13일)에만 리터당 162.46원이 비싸졌다.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달 17일에는 전일 대비 리터당 0.81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일에는 전일대비 0.05원 오르면서 하락세가 주춤했고, 21일 이후 0.3원 미만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두바이유가 이달 10일에만 배럴당 12.53원(9.19%)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를 반영한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 국제유가 하락분이 더디게 반영되는 이유를 2~3주 어치의 재고를 두는 업종 특성과 석유 제품에 붙는 유류세 구조에서 찾는다.

대개 고유가 시기에는 운전자들이 기름을 덜 넣기 때문에 재고 소진에 시간이 더 걸린다. 여기에 휘발유와 경유 기준 각각 리터당 612.43원, 439원씩 유류세(교통세·교육세·주행세·수입부과금)가 정액으로 부과된다. 저유가 시기보다 재고 소진이 늦고, 가격의 30% 가량이 세금으로 고정된 탓에 일시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폭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상당부분이 정액인 유류세로 구성돼 있어 국제유가가 그대로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가격 상승기 소비자 민감도와 재고 소진 속도 등의 영향으로 유가 하락 시 체감이 더 약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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