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경제·안보 융합 대응" vs 산업부 "통상은 산업 연장선"
공급망 위기 사례인 지난해 요소수 사태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영신 기자 = 새 정부 조직개편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통상교섭 기능을 놓고 신경전 중인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24일 나란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에 나선다.
23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24일 오후 외교안보분과에, 산업부는 비슷한 시간대 경제2분과에 각각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업무 현황과 공약 이행방안 등이 전반적으로 다뤄지는 첫 보고부터 적극적으로 통상교섭 기능 관련 요구를 부각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두 부처는 통상기능 이관(외교부) 또는 존치(산업부) 필요성을 각각 뒷받침하는 논리와 자신들의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하며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통상을 둘러싼 최근의 국제적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책 프레임' 대결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요소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대두되는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던 10년 전과 통상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지만, 두 부처가 주장하는 '처방'은 다르다.
외교부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 임명·권한법상의 통상교섭권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겨주며 통상 기능을 잃었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통상과 외교·안보가 밀접하게 결합됐다는 게 외교부의 인식이다.
외교부 |
시장 개방이 통상의 주된 패러다임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미중 전략경쟁 등 정치·안보적 이해관계에 따른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외정책 사령탑이자 재외공관 네트워크를 갖춘 외교부가 다시 통상교섭권을 가져야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있고, 국익이나 업계의 이익도 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업무보고에서 이처럼 달라진 경제안보 수행 환경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통상교섭권 복원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에선 통상과 안보가 한 몸이 된 현실에서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수행할 경우 거꾸로 외교까지 하게 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이하 IPEF) 역시 통상 이슈지만 본질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일환이다. IPEF를 산업부와 외교부가 함께 다루면 결국 정부 내에서 대외 채널이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공급망 이슈 등도 현재 산업부 산하의 통상교섭 조직이 아닌 국내 산업 담당 부서가 다루기 때문에 통상교섭 기능을 이관하면 더 효율적 분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
반면 산업부는 지금의 경제산업 환경에서 키워온 통상 기능에 대한 전문성과 당위성을 역설하며 외교부의 이관 주장을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지난해 말 중국발 요소 대란 등으로 극명히 확인된 것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산업과 통상을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행정학회는 산업부의 의뢰를 받은 '산업부 조직진단을 통한 조직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설치된 통상교섭본부를 두고 있는 산업부가 통상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역시 통상은 산업의 연장선인 만큼, 주무 부서인 산업부에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수출 기업 12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 업체 87.1%가 통상 기능이 산업부에 존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산업부가 산업계와 효율적 소통을 할 수 있고,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효성 높은 통상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산업부와 업계에서는 통상 기능이 외교부로 넘어가면 국제 정치·안보 논리에 밀려 경제적 이해관계와 이익이 희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는 정부 교체 때마다 단골로 조직개편 화두가 돼 온 통상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상교섭 기능 이관 문제는 인수위에 구성된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통상 기능의 소관부처 논란 등 조직개편 현안들에 대해 "모든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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