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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청와대로 가는 순간 제왕적 대통령으로 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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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윤 당선인이 지난 20일 직접 발표한 ‘용산 프로젝트’에 큰 혼선이 벌어지게 됐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을 위한 예비비 승인을 보류하는 바람에 ‘용산 프로젝트’의 시동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설령 나중에 양측이 합의를 도출한다고 해도 그만큼 이전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첫 근무를 용산의 새 집무실에서 시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윤 당선인은 21일 저녁 김은혜 대변인을 통해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코 청와대에 들어가진 않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5월 10일 0시부로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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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우려 표명이 나온 뒤 주변 측근들에게 “꼼수 부릴 생각은 없다. 국민들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그대로 지키겠다”며 “통의동에서 좀 근무하고, 어디 가건물에서 근무하더라도 국민께 돌려드리는 건 다 지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의 ‘청와대이전TF’는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기 전에도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시간을 두고 대통령실을 이전하자’는 속도조절론을 유력하게 검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윤 당선인이 ‘청와대로 가는 순간 내가 제왕적 대통령으로 찌들 것 같다’고 말해 최종적으로 용산 시대를 결정했다”는 게 윤 당선인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만약에 새 집무실이 5월 10일까지 완공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천천히 공사하라. 그래도 청와대는 국민께 약속한 대로 5월 10일 0시에 돌려드리고, 차라리 나는 인수위 사무실에 더 머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윤 당선인 주변의 핵심 그룹에선 이미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윤 당선인의 철학이 공유됐던 셈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퇴임 때까지 대통령실 이전 예비비 지출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용산 프로젝트’는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에야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윤 당선인은 취임 이후에도 통의동 집무실을 두 달가량 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의동 집무실의 경우 장·단점이 공존한다. 정부서울청사가 지근거리에 있어 유사시 국무위원 등의 소집이 용이한 것은 대표적인 장점이다. 인근에 광화문 업무시설, 재래시장 등이 있어 격의 없이 국민과 어울리겠다는 윤 당선인의 철학을 실현하기에도 적합하다. 다만 대통령이 머무를 것을 상정하고 만든 건물이 아니라 보안에 취약한 것은 단점이다. 방탄유리, 도청 방지 시설 적용 등 경호 시설을 용산 집무실과 이중으로 공사해야 할 수 있다. 대로변에 있어 대규모 군중이 운집할 경우 대처가 힘들 수도 있다.

건물이 비교적 협소해 비서실과 경호처 등 1000명가량이 상주해야 하는 대통령실 업무 공간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청동 금융연수원을 동시 사용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업무 공간 분리로 인한 비서실 간 소통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끝까지 예비비 지출을 승인하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도 퇴임하는 마당에 윤 당선인과 정면 충돌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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