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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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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우경화’는 허상? 10년 전보다 ‘보수층’ 오히려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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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보수론’ 사실과 달라/진보층은 소폭 상승·보수층은 더 큰 폭 하락/정치적 무당파·사회 운동엔 관심↑

최근 1∼2년 사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 온 ‘20대 청년의 보수화’는 사실일까. 9년째 실시 중인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우경화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약 10년 전에 비해 자신을 ‘보수층’으로 보는 20대는 오히려 줄어들고, ‘진보층’으로 보는 비율은 늘어났다.

탈이념적 성향으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이들은 10명 중 6명이 스스로를 ‘중도파’라고 인식하며, 진영 논리보다는 사회 운동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였다.

15일 한국행정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과 공동으로 ‘데이터로 본 한국사회 MZ세대의 인식’을 주제로 기획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지난해 9∼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약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열렸다. 2013년 시작된 이 조사는 △주관적 웰빙 및 역능성(권리부여), △사회 참여, △정치 참여, △사회적 소통, △신뢰, △거버넌스, △공정성, △관용성(사회적 포용), △사회보장 등 우리 사회의 통합 수준에 관한 주관적 인식과 실태를 포괄적으로 조사한다.

◆중도·진보는 늘고, 보수는 줄었다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정치적 관심이 적고, 무당파와 중도적 성향 비율이 높았다. 이는 2013년 때 청년층 응답과 유사한 패턴이다.

자신의 이념 성향에 대해 ‘중도적’이라는 응답은 30대 전후인 M세대가 55.1%, 20대인 Z세대가 58.6%로 나타났다. 기성세대(42.0%)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다. 20, 30대 청년은 2013년 같은 나이대 응답자(49.0%, 53.8%)에 비해 자신을 중도층이라 답한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20대의 경우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 답한 비율이 올라가고, 보수 성향이라는 답변은 내려갔다. 2013년 29.9%였던 ‘진보적’이란 대답은 2021년 31.5%로 소폭 상승했다. ‘보수적’이라는 응답은 2013년 16.3%에서 2021년 9.6%로 진보 성향이 늘어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볼 때 “20대 청년이 우경화됐다”는 주장은 다소 왜곡됐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뉴스 소비, 여론전 등이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옮겨오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과대 대표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20대 중에도 청년 여성보다는 남성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 탓에 남초 커뮤니티의 ‘보수화 정서’가 ‘20대 일반론’처럼 확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무당파지만…‘시민사회 활동’ 중요성은 높게 인식

‘MZ세대가 공정성에 더 민감하다’는 주장도 이번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전반적으로 공정성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사회 전반에 대한 공정성 인식 평균 점수는 2.5점(4점 만점)으로 기성세대(2.6점)보다 낮았다. 취업기회와 성별에 따른 대우의 공정성 인식에서도 MZ세대의 평균 점수는 각각 2.5점, 2.6점을 기록해 기성세대(2.6점, 2.7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다만 2013년 같은 연령대 응답과 비교하면 두 세대 모두 공정성 인식이 소폭 개선된 양상이다.

MZ세대는 시민적 의무와 관련해 9년 전에 비해 ‘사회·정치단체 활동’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적으로 탈이념적 성향을 보이지만 사회 운동에는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시민사회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모든 연령대에서 높아졌다.

행정연은 “이러한 결과는 단지 ‘MZ세대의 특징’이라기보다 현재 2030세대가 경험하는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라며 “청년세대의 변화에 정책적으로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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