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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우크라 침공] 러, 나토 턱밑까지 폭격…"푸틴의 경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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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미군 오가던 야보리우 기지 초토화…전쟁 뒤 해외 용병 캠프로 활용

"서방 병참 지원 차단 어려워…나토국 직접 공격도 가능성 작아"

연합뉴스

러군 공습에 파괴된 우크라 서부 야보리우 군사기지
(야보리우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 군사기지 주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을 공습해 외국에서 온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3.14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 있는 훈련장과 군사시설에 대규모 포격을 감행한 것이 서방에 보낸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8일째인 13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군은 야보리우 기지에 수십 발의 순항 미사일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단일 공격으로는 상당히 큰 인명피해다.

이곳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국경선에서 불과 25㎞ 거리다.

야보리우 기지에 대해 서방·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점은 미묘하게 다르다.

서방 언론은 집중 폭격이 이뤄진 곳이 야보리우의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IPSC)라고 보도했으나 러시아는 '용병 캠프'라고 반박했다.

이 시설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은 러시아군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군과의 합동 훈련 시설로 활용했다.

러시아군의 침공이 임박했던 지난달 초까지도 운영됐으며 최근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된 미 플로리다주 방위군도 이곳에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IPSC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군이 '통일군 작전'이라 불리는 프로젝트에 따라 3만5천명의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러군 공습에 초토화된 우크라 서부 야보리우 군사기지
(야보리우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 군사기지 내 건물과 차량들이 파괴된 가운데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제3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2.3.14 leekm@yna.co.kr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하자 서방은 서둘러 군을 철수시켰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A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공격으로 미군 병사가 사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나토군 관계자도 피폭 당시 IPSC에 나토군 병력이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대신 IPSC는 해외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참전한 수천 명의 '의용군' 병력이 훈련하는 캠프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 시설에 외국 용병 훈련소를 설치한 뒤 용병을 교전 지역으로 보냈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무기와 장비들을 위한 저장고도 배치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최근까지도 나토·미군 병력이 IPSC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고 러시아가 오랫동안 이를 주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방은 현재 이곳에 있는 외국인을 참전을 자원한 의용군으로 보지만, 러시아는 돈을 받고 전투에 나서는 용병으로 여긴다는 점이 다르다.

연합뉴스

우크라 야보리우 훈련장 부상병 후송
(야보리우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 군사기지 공습으로 부상한 한 군인이 후송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을 공습해 외국에서 온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2022.3.14 photo@yna.co.kr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심부로 이어지는 야보리우를 공격한 것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러시아가 서방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야보리우는 서방의 무기가 도착하는 폴란드 제슈프 공항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잇는 경로에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전날 러시아 국영 채널1 TV에 출연해 서방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기 위한 수송 행렬은 러시아군의 합법적인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랴브코프 차관의 '경고'가 이번 공격으로 현실화한 셈이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서방의 무기가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의 서쪽 경계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 뿐 아니라 크렘린은 IPSC에서 훈련중인 병력이 미군이든 자원병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해설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런 반복적인 공습만으로는 러시아가 서방의 전쟁 물자 보급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국경 길이는 500㎞가 넘고, 보급품을 공급할 때 이를 숨기기 위한 위장술을 펼치기 때문이다.

서방의 병참 지원을 차단하려면 러시아 지상군이 이 지역을 장악해야 하는 데 현재 이 병력은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동부, 남부 도시를 집중 공격중이다.

러시아도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나토 회원국에 미사일을 쏘게 된다면 나토의 직접 참전으로 확전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미사일이 접근하는 상황은 불안할 수 있지만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주변 국가의 방공망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공격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폴란드에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2개 포대를 배치해 러시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루마니아 역시 독자적인 패트리엇 시스템을 갖췄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얼마 전 패트리엇 시스템을 또 다른 우크라이나 국경 국가인 슬로바키아에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동부 유럽의 나토 회원국의 방위력이 강화됐고,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고전하는 터라 나토 회원국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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