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CBS 논평] 기독교의 정치 - 조주희 목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마쳤습니다.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로 시작해서 네거티브로 마쳤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네거티브도 그 정도가 중요한데 오죽하면 '비호감 대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요?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갈등은 선거 이후에도 엄청난 무게로 우리 모두의 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적 구도만 보아도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갈등의 골을 형성시키는데 교회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교회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준 정치적인 주장과 태도에 방법에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을 보여주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당연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지자에 대해 표를 호소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과 방식과 태도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표식 없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그리고 목회자의 이름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때는 그 이유가 일반과는 달라야 합니다. 정당을 지지할 수 있고 후보를 지지할 수 있으나 그 이유가 그 정당과 후보자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노컷뉴스

이제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믿는다면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정치를 말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믿는다면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정치를 말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정치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사람 혹은 어느 세력의 스피커는 아닙니다. 교회가 소위 팬덤 정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교회나 그리스도인은 성경의 가르침을 이 세상에서 실현해야 하는 사명적 존재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가치를 말하는 사람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사는 사람이고 그 가치대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후보나 정당을 지지할 때 지지하는 그 이유 앞에 자신이 알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태도입니다. 우리 나라는 양대 거대 정당이 정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거대 정당의 지지 세력 또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만 보아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했습니다. 저속한 언어가 난무했고 서로에 대한 비난의 정도 또한 저급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 또한 큰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난히 많은 그리스도인이 교회의 이름으로, 성직자의 이름으로, 그리고 교회 단체의 이름으로 정치적 성향과 지지를 드러냈습니다. 양 진영의 정치적 주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에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정치적 가치, 그것이 이상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했던 것은 아닐까요?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워가는 화해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뜻을 받드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믿는다면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정치를 말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성경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를 교계 안에서 그리고 교회 공동체 속에 녹여내 성숙한 정치의 모습을 보임으로 정치에 대하여 말할 자격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