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판사가 이끄는 선관위…법만 따지다 낭패 [정당학회 좌담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정당학회·매경 좌담회 ◆

매일경제

지난 대선을 평가하고 향후 국정운영을 전망하는 한국정당학회·매일경제의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좌담회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우창 고려대 교수,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실장, 윤광일 한국정당학회장 겸 숙명여대 교수, 최준영 인하대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수·진보 진영 총력전 구도로 진행됐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역대 최소 득표 차이로 마무리되면서 정치 경력 1년의 초보 정치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반으로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통합시켜야 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숙제를 떠안았다. 윤 당선인이 임기 초반 2년을 172석 거대 야당과 함께할 것을 감안하면 통합과 협치는 국가적 고민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국정당학회와 매일경제는 11일 20대 대선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짚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윤광일 한국정당학회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회로 강우창 고려대·조진만 덕성여대·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실장이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이 극심한 네거티브·진영 대결 양상으로 전개돼 분열을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통상 비호감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낮아지지만 이번에는 상대 후보 당선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됐다"며 "외신에서도 '오징어게임(참가자 간 사생결단 대결)'에 비유할 정도로 전쟁과 같은 대선이었다"고 말했다.

역대 최초 '0선'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이 이처럼 극심한 분열 구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적다는 점이 역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 교수는 "국회의원을 해본 역대 대통령들은 오히려 국회와 소통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직접 대화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며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윤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을 보고 한참 울었다고 알려져 있는 등 전통적 보수 후보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사실 이번 대선은 한국의 보수와 국민의힘이 대선후보조차 내지 못한 선거"라며 "정치적 부채가 없는 윤 당선인은 지역·이념·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본인 의지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모습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우선 정치권의 '갈라치기' 전략에 무작정 휩쓸리지 않고 자정 작용을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젊은 남성의 국민의힘 대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7대3까지 벌어지는 조사도 있었지만 실제 투표 출구조사에서는 그 비중이 상당히 줄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젠더 갈등 부각 전략이 오히려 이대남(20대 남자)의 국민의힘 지지를 돌려 세우는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펼쳐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한 20대 남성 비율이 72.5%에 달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 지지율은 58%로 감소했다.

이념·진영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세대가 부각된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최 교수는 "오랜 기간 선거에서 공약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한국에도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세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정당도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이념을 내세우지 말고 어떤 공약으로 끌어들일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일정 부분 이 같은 변화에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최 논설실장은 "과거에는 정책 대결에서 성장이냐 분배냐를 따지는 이념적 구도가 강했던 반면 이번 대선은 그런 경향이 굉장히 약해졌다"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념 구도에 전면 도전하며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오히려 성장전략인 '555 공약(세계 5강·국민소득 5만달러·주가지수 5000)'을 앞세웠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양당 후보가 세밀한 정책 대결을 벌이고 TV토론에서는 이 후보가 정치개혁 합의를 시도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연금개혁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많은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고 진단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