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지방선거 지원론"...조기 등판 요구
"이재명 민주당"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추대설도
2년 뒤 총선, 선(先)당권-후(後)대권 스케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을 마치고 당직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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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너무 젊습니다. 동네에서 손가락질받고 싶지 않습니다. 성남시에서 했던 것처럼 인정받고 존중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4일 유세
"패장은 말이 없다"지만, '정치인 이재명'의 미래에 대해선 벌써부터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 책임을 성찰할 재정비의 시간은 필요하나, 잠행이 또 너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조기 등판'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 "지고도 지지 않은 선거"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서 최소 50%가 넘었을 정도로 정권교체 여론이 강했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선을 치렀음에도, 역대 최저 표차로 석패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얻은 1,614만7,738표는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득표 수 중에 가장 많다.
정치인 이재명에겐 두고두고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타이틀이다. "정치를 끝내기엔 아직 젊다"(4일 유세)는 이 전 후보의 외침대로, 1964년생 한국 나이로 59세인 그에겐 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이재명 비대위? 서울시장 출마? ... 지방선거 역할론 '조기등판'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실무진 및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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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재명 시나리오'는 크게 ①지방선거 역할론 ②당권 장악으로 수렴된다.
민주당에선 당장 6월 지방선거부터 이 전 후보의 '조기 등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광재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 전 후보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기대가 있지 않느냐"면서다.
거론되는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①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거나 ②후방에서 지원사격에 나서거나 ③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시나리오 등이 나온다.
먼저 '이재명 비대위'로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로 치르자는 의견이 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재명 후보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6월 지방선거마저 패배한다면 다음 총선, 다음 대선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재명 비대위'를 제안했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후방에서 지원 사격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6년 총선 당시 '김종인 비대위'에 전권을 내주고 물러난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등 전국을 돌며 물밑에서 유세 지원에 나섰던 그림이다.
이재명의 직접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장 출마, 경기지사 재출마설 등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대권 주자가 거치는 필수코스인만큼 도전 해볼 수 있지만,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지 3개월 만에 전국 단위 선거에 다시 도전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심리가 크게 작동하기 마련인 만큼 야당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차기 대선 전초전이기도 하다. 경기지사 재출마설도 나오지만, 대권 출마를 위해 물러났던 만큼 다시 돌아가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다.
8월 당대표 추대? 문재인 모델?..."대권 잡으려면 당권부터 잡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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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이 아니라면, 이 전 후보에게 당대표 도전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당장 민주당은 8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다. 성남시장 8년, 경기지사 3년을 거친 베테랑 행정가이지만, 이 전 후보는 '0선' 정치인으로 여의도 정치 경험이 아직 없다. 당내 기반이 약한 '비주류'였던 이 전 후보가 자기 세력을 다지는 데 당권 장악은 필수다. 다만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들이 '친문(친문재인)'이 다수 포진돼 있어 자칫 계파 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건 부담이다.
이에 손혜원 전 의원은 아예 당 대표 추대 카드를 꺼냈다. 유튜브 채널 '이재명은 합니다'에 출연해 "이렇게 선거에 시달렸던 분을 이사람 저사람 해서, 전당대회에서 뽑고 이런 것 하지 말고 그냥 당 대표로 추대하자"고 제안했다. 손 전 의원은 이 전 후보가 이번에 당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너무 간단하다. 후보 시절 공약을 지금 민주당 의석수라면 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전 후보가 선거 기간 중 내세웠던 정치 개혁과 각종 민생 공약들을 입법으로 뒷받침해 '일 잘하는 유능한 이재명'의 브랜드 가치를 쌓아 가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번에 당권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이 전 후보가 2년 뒤 총선에 출마해 '문재인 모델'을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패배 후 '선(先) 당권, 후(後) 대권' 방식으로 당내 기반을 다져놓고 다음 대선을 도모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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