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맨왼쪽)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화상 맨 오른쪽), 엔리케 로레스 HP CEO와 화상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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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첫 외교안보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이날 통화는 당초 11일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백악관의 요청으로 하루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는 오전 10시부터 20분 동안 이뤄졌다.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 일과를 모두 마친 저녁 8시쯤이다.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공조가 탄탄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한 동맹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경유한 대(對)러시아 반도체 수출을 경고한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시장 입지가 큰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반도체 수입량의 70%를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산 반도체가 미사일 등 군사용으로 쓰이기에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백악관은 미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생산된 최첨단 반도체가 중국을 경유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까지 러시아 경제제재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중의 반도체 패권경쟁에 이어 올해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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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업체와도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손톱만 한 반도체가 우리 생활에 자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며 "반도체보다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는 데 중요한 산업이 없다"고 밝혔다. 전임 트럼프 정부에 이어 한층 더 강화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서 반도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언급이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크론, 휴렛팩커드, 월풀, GM 등 반도체 기업 대표와 러몬도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외국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윤 당선인과의 통화와 맞물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독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도중에도 화상으로 참여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부문 사장을 소개하며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들여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미 직후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신설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왔다. 주요 타깃은 반도체를 비롯해 미국과 곳곳에서 충돌 조짐을 보이는 중국이다. 미국은 2020년 중국 화웨이를 대상으로 미국의 반도체 원천기술이 쓰인 반도체 생산품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기술 제재에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중에서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미국과 함께 반중(反中) 연합을 주도하는 데 반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슬아슬한 양다리 외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양사는 중국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중국 시장은 양사의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만 중러 수출과 관련한 백악관의 직접적인 주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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