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속 최초의 '0선 당선인' 여의도 정치권 역학 설정 주목
안철수와 공동정부 구성 첫 시험대…국민통합정부 '바로미터'
증폭한 세대·젠더 갈등 해법은…산적한 내치·외치 난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민심의 무게추는 절묘했다.
3·9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깃발을 선택하면서 '윤석열 시대'를 열어줬지만, 압도적인 지지엔 분명한 거리를 뒀다.
'윤석열의 승리'라기보다는 '여권의 패배'에 가까운 명령으로 읽힌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출범한 진보정권에 5년만에 퇴출 명령을 내렸듯, 새로운 보수정권에도 독주를 허용하지는 않겠다는 경종인 셈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통용됐던 권력주기 10년은 5년으로 단축됐다. 그만큼 '못 살겠다 바꿔보자'는 표심의 민도가 높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권을 잡은 윤석열 당선인으로서도 엄중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민심이다.
◇ '0선 당선인'의 對의회 협치는
'0선의 초보 정치인' 윤석열 당선인의 탄생은 기성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민심의 비토 정서를 대변한다.
여의도 중앙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비록 제3지대의 세력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여야 대선후보를 본선무대로 밀어 올린 근저에는 기성 의회정치에 대한 강한 비호감 정서가 깔려있다는 뜻이다.
민심의 외면을 받는 의회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원활한 국정운영을 끌어내야 한다는 점은 '0선 당선인'으로선 역설적인 과제다. '정치신인'의 대선캠페인과 국정운영 논리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이 180석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극심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은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더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
거대 야권의 도움 없이는 조직개편 및 국정과제 입법은 물론이고 당장 초대 총리 인준 등 첫 내각 인사부터 줄줄이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최고지휘봉은 현직 대통령에 쥐어져 있지만, 여의도 의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국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협치'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윤 당선인도 "민주당의 훌륭한 분들"이라는 전제에서 그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 합의를 이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공동정부' 구성 문제부터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 당선인은 지난 3일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며 '국민통합정부'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비록 국민의당의 원내 의석이 3석에 불과하지만, 중도 진영 내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거대 진보 진영과의 협치 내지 연정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 개회 |
◇ 세대·젠더갈등, 대선 후유증 해소…통합 과제
이번 대선을 규정하는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세대·젠더 대결이다.
기존 선거 지형을 규정했던 영호남 지역갈등, 보수·진보 이념갈등의 색채가 다소 옅어진 틈새를 세대·젠더 이슈가 파고들었다.
세대와 젠더의 경계를 가르는 '이대남'(20대 남성)이 압축적인 키워드다.
진보성향이 강한 40·50세대와 달리, 이들은 보수성향을 드러내며 국민의힘의 새 지지층을 형성했다. 기존 보수성향의 60·70세대와 양대 축을 이루며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대남의 지지세를 다지는 과정에서 이대녀(20대 여성)의 페미니즘 이슈와 거리를 둔 것은 또 다른 젠더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부터 논란을 증폭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갈등을 얼마나 줄이느냐도 '윤석열표 국민통합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했다면, 당선 이후에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해야만 성공한 '윤석열 정부'로 남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선거전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측과의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면서 극심한 진영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점에서도 통합의 가치를 통한 대선 후유증 극복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서울 아파트 15주째 '매수자 우위' |
◇ 외치·내치 난제 속 '文정책 유턴' 난제
정치 지형이나 사회적 갈등선과 별개로, 정권교체는 큰 틀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민심의 '비토'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정책유턴은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수위 조절이 불가피하다.
주요 정책현안부터 난제다. '더 나은 정권교체'를 내건 윤 당선인이지만, 내치와 외치 모두 녹록지 않다.
내치에서는 코로나 민생과 부동산이 관전 포인트다.
2년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민생의 벼랑 끝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적절한 버팀목을 제공하는 게 절실하다. 대한민국 한해 국방예산과 맞먹는 50조원의 '통큰 지원'을 약속했지만, 재원 대책은 뾰족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불요불급한 예산 구조조정을 해법으로 내놨지만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론'이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을 묘책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도 난제다.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는 여건이 조성되기는 했지만, 집값이 치솟으면서 전·월세 부담과 세금부담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카드를 제시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핵심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치에서는 대대적인 노선 전환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3불(不) 정책'을 철회하고, 한일 관계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이라는 대외정책의 근간을 다지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기존 보수정권의 정책으로 유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어오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점은 새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막바지 대선국면에서 연쇄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도 그 예고편으로 해석된다.
j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