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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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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선되든…새 대통령 앞에 꽃길은 없다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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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대선 뒤 새 대통령 앞에 놓인 암초 ◆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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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이제 딱 하루 앞이다. 여야 대선후보들, 특히 거대 정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힘의힘 후보는 지지율에서 박빙이었다. 게다가 법에 따라 대선 일주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막판 여론을 알 도리가 없으니 더욱 짙은 안갯속이다. 이번 대선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외침이 양쪽으로 딱 갈라져 나왔다. 유권자마저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적대시했다. 가족 간에도 누굴 찍어야 할지가 대화의 주제로 오르는 순간 목소리가 커진다. 당연히 A후보다, 무슨 소리냐 B후보가 더 낫다, 도대체 생각이란 걸 하는 거냐, 그토록 세상을 모르냐 등. 험악한 분위기가 된다.

시간을 석 달쯤 뒤로 돌려보자. 유권자 상당수는 머뭇거렸다. 정말 뽑을 사람이 없다, 너무 비호감이고 의혹투성이라서 보기도 싫다 등.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실망이었다. 얼마 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통했던 한 인사가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밝힌 입장이 회자됐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를 각각 괴물과 식물로, 또 썩은 사과와 덜 익은 사과로 평가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만 해도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 '의견 유보' 응답이 2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2월 28일~3월 2일,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의견 유보가 6%로 급격히 줄었다. 고민하던 유권자들이 선택을 하면서 양 진영으로 결집한 거다. 대선 막판엔 아무리 새로운 의혹이 추가돼도 별 영향이 없었다.

후보들도 상대를 적대시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남의 머리 빌리려고 해도 자기 머리가 어느 정도 있어야 빌릴 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윤 후보는 여당을 향해 "민주화를 위장한 좌파 혁명 이념에 빠져 있는 운동권 패거리 집단"이라고 힐난했다.

누가 당선되든 박빙 승부에 대선 불복 가능성


이번 대선의 관심사 중 하나는 당선자의 득표율이다. 투표자의 과반 득표를 하느냐 말이다. 이건 당선자의 국정 리더십과 직결된다.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과 아닌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의 강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여당 소속의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지지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5%였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이 후보의 대선 지지율은 38%였다. 문 대통령 지지자의 74%만이 이 후보를 지지했다.

제1야당 소속의 윤석열 후보의 경우 그간 지지율은 40% 전후였는데 정권 교체 여론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리서치·KBS 조사(2월 24~26일, 2000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응답자 가운데 53.0%가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의 72.1%만이, 보수 성향 유권자의 73.4%만이 윤 후보를 지지했다. 1, 2위를 다투는 후보 누구도 50% 지지율에 못 미쳤다. 그런데 지난주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했다. 안 대표가 받았던 10% 전후의 지지가 어디로 이동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안갯속이다. 또 야권 후보 단일화가 보수 혹은 진보의 결집을 더욱 자극할지도 주목된다. 표의 이동, 결집의 강도에 과반 득표자의 탄생이 달려 있다. 만약 당선자의 득표가 과반에 못 미친다면, 게다가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면 어떻게 될까. 극심한 분열이 대선 뒤에도 이어지면서 낙선자 지지층이 반발할 수 있다. 대선 전 불거졌던,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을 더욱 부각해 대선 불복 움직임까지도 나올 수 있다.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도 대선 뒤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가 당선되든 분열이 여전해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마음껏 발휘하기 어려운 암울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李 집권땐 지방선거·탕평인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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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후보의 당선을 가정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먼저 이재명 후보가 집권할 때다. 그는 통합정부 구성, 집권 시 인재를 가리지 않고 탕평 등용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도 통합정부를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이 가진 '트라우마' 탓에 정부 핵심 보직과 관련해 통합·탕평 인사는 쉽지 않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현직 검찰총장(윤 후보)과 감사원장(최재형 전 원장)이 직을 중간에 그만두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런 풍토에서 무서워서 어떻게 자기하고 노선이 다른 사람을 능력만 보고 시키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다른 대통령은 그렇게 할지 모르겠으나 다음 대통령은 하기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탕평 정부를 강조한 이 후보지만 당선 뒤엔 이를 실천하기가 힘들다는 것, 결국 '자기 사람'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대선 전 약속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대통령은 해명을 내놔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방선거 역시 부담이다. 다음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정치 행사가 6·1 지방선거다. 대선이 끝난 뒤 석 달도 안 돼,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열린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여세를 몰아 곧바로 열리는 총선·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보통이다. 2007년 대선 다음해 열린 총선, 2017년 대선 다음해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이 소속한 여당이 승리했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17곳의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가운데 14개 자리를 가져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연 이 정도 결과를 낼 수 있을까.

尹 집권땐 여소야대 국회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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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극심한 진영 대립, 압도적으로 높은 정권 교체 여론도 변수다. 만약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시도지사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진다면 지방선거에서 졌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갓 취임한 대통령으로선 큰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야당에 내준다면 (지방선거를) 패배하는 셈인데 너무 큰 부담"이라면서 "지방선거가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곤란한 상황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 동력이 약해진다는 거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 위해 '사정 정국'이 등장할 수 있다. 과거에 그랬듯 전임 정부 혹은 대선 경쟁자의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말이다. 분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이번에는 정권 교체 여론에 힘입어 윤 후보가 당선됐다는 가정을 해보자. 당장 만나게 되는 현실은 거대 야당이다. 그가 당선되면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은 여당, 민주당은 야당이 된다. 이른바 여소야대다. 현재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172명으로 압도적 다수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180석에 육박한다.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한 방법은 주로 법률이다. 정부나 여당 의원이 발의할 거다. 국회 소수인 여당은 법안 통과에 무력하다. 다수당인 야당이 반대하면 법률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선 전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감안하면 야당의 협조는 쉽지 않고 대통령이 국정을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 어렵다. 이미 윤 후보의 많은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비판해왔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을 수 있다. 이미 규모는 작지만 서울시에서 이런 모습이 있었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시정은 많은 일이 조례를 통해 이뤄지는데, 민주당이 반대하면 조례 통과는 난망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에게 "결국에는 여론에 의지해 의회를 설득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몇몇 시정에 관련된 것일 뿐 수많은 사안을 다 여론에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짜 '통합'만이 혼란 막을 수 있어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내각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 또한 있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다수 야당의 거센 견제가 불 보듯 뻔하다.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만 하면 되고 국회 동의가 필요 없지만 역시 견제 속에 낙마가 속출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문재인정부의 인사 강행을 그토록 비판해온 터라 '내로남불' 비판에 시달리게 된다. 대통령·여당과 거대 야당이 대립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게 된다. 윤 후보는 비정치인 출신이다. 법안, 내각 인사와 관련해 노련하게 야당을 설득할지 미지수다. 게다가 안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서 공동정부 구성을 합의했다. 대선 막판 원칙적인 합의를 한 건데 '디테일', 즉 누구를 장관으로 내정할지를 놓고 쉽사리 합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적폐 수사'다. 그는 현 정부를 '신적폐'로 규정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적폐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정치 보복'을 공언했다고 반발했다. 집권 뒤엔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분열과 대결인 거다.

만약 새 대통령이 과감한 탕평·통합 인사를 한다면, 정치 보복으로 보일 수 있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새 대통령과 국회가 무난한 협조 관계를 보여준다면, 극한의 진영 분열이 대선 뒤엔 잦아든다면, 새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혼란은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건들이 얼마나 현실에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거다.

승리한 당도 패배한 당도 소용돌이


혼란은 각 정당 내부에서 나올 수도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은 리더십 공백이 생긴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는 퇴진할 수밖에 없다. 주류로서 입지가 단단한 정치인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위상을 유지하면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의 '비주류'이고, 윤 후보는 '외부 영입'이다. 지금은 후보가 됐기 때문에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어도 대선에서 지면 그 리더십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패배한 정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갈 것이고, 차기 리더십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정계 개편이, 달리 말하면 분당·합당의 이합집산이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더 복잡하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단일화를 하면서 '합당' 추진을 공언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민의힘 소속이 되는 '안철수'와 당대표 '이준석' 간 관계가 주목된다. 두 정치인은 그간 갈등 관계였다. 안 대표는 단일화를 발표하면서 "국민의힘을 더 실용적·중도적 정당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표를 맡고 싶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이 대표는 어떻게 되는 건가. 합당 과정에서 두 정당의 지역조직인 당협위원장을 배분하는 것도 큰 과제다. 자칫 큰 분란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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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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