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4%대 눈앞…치솟는 유가로 경기 타격 예상
KDI "경기 불확실성 크게 확대"…스태그플레이션·슬로플레이션 우려까지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예고로 폭등한 국제유가 |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등의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다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수출 위축 등이 현실화하고 소비도 위축되면 성장률 하락도 불가피하다. 최악의 상황에는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경고했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39.13달러에 거래됐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유가가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JP모건은 유가가 올해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가치 상승 |
이날 원/달러 환율도 장중 1천220원 선을 뚫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위험회피 심리,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펀더멘탈(기초 여건)보다는 일시적 불안심리가 작용하면서 환율이 급등한 구간으로, 적정 레벨을 추정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가정할 때 1,250원까지는 상방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이달 중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와 환율 동반 상승은 일단 국내 체감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최근 3%대 중후반인 물가 상승률에 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국내 휘발유 리터당 가격은 전국 평균 1천819.10원으로 상승했다. 전남과 부산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1천800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주는 1천919원까지 올랐다.
유가와 함께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물가 상승률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기업 비용 부담이 늘면서 가공식품 등 제조업 상품 전반의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수요 회복이 가속하면서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여기에 공급 측면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현재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는데 조만간 4%대 상승률을 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10여 년 전인 2011년 12월(4.2%)이 마지막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데다 대(對)러시아 제재로 교역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는 여기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경기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물가 불안과 수출 감소에 따라 투자 위축, 소득·소비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성장률 저하는 불가피해진다.
경기가 꺼지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칠 수 있다.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할 때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이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 에너지 공급, 유동성 문제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물가 상승률 등 각종 지표가 통화당국이나 정부에서 원래 예측한 것보다 상당히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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