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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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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단일화 합당에 대한 노무현의 충고..."최소한의 원칙 지켰으면" [대통령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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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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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국정협력방안 합의를 위해 국회 귀빈식당에 들어서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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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 3일 새벽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에게 날 선 비판을 하던 안 대표가 단일화를 수용하는 것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단일화 배경과 효과를 두고 많은 관측이 나오지만, 두 사람의 단일화가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최대 변수로 꼽혀온 이슈였던 만큼 대선 당일까지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역대 대통령이 단일화를 언급한 연설들을 되짚어 보려 합니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주요 후보 간 단일화는 총 세 차례 있었는데요. 앞선 두 차례는 집권에 성공하고, 세 번째는 단일화에 간신히 성공하고도 석패하고 말았죠. 공교롭게도 취임 후 연설에서 단일화를 언급했던 것은 집권에 성공한 두 대통령뿐입니다.

◆ 김대중 "자민련과 공조 의심·냉소 많았지만…물샐틈없는 협조"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2월 '수평적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의 단일화와 공동정부 운영 성공을 한껏 자랑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자민련과 공조할 때 (외부에서는) 그것이 몇 달 가겠느냐, 모두 의심하고 심지어 냉소를 보냈다. 단일화를 한다고 했을 때 결코 안 된다고 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 해냈다. 철저한 공조와 단일화를 통해서 우리는 국회에서 양당이 하나로 합친 그 역량으로 국정을 개혁하는 데 힘을 썼을 뿐만 아니라,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마침내 정권교체를 이룩했다"고 했습니다.

'DJP 연합'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단일화는 아직까지도 가장 성공적인 단일화 사례로 꼽힙니다. 대선 승리를 넘어 집권 초 정부 운영에서도 공고한 연대가 유지된 덕분이죠. 김 전 대통령은 "우리는 약속대로 공동정부를 세워서 물샐틈없이 협조하는 가운데, 특히 김종필 총리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서 내각은 완전히 하나가 되고, 또한 박태준 총재와 조세형 총재대행 두 분의 노력을 통해서 자민련과 국민회의의 양당 공조를 지금까지 잘 유지해 왔다"고 했습니다.

◆ 차기 대선에 조언한 盧 "당의 통합은 매우 어려운 일…97·02년 합당 없는 단일화 승리"

앞서 단일화를 언급한 대통령이 두 명뿐이라고 소개해드렸는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딱 한 차례 단일화를 언급했던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단일화가 등장하는 연설이 여섯 차례나 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일화가 깔끔한 성공을 거둔 반면, 노 전 대통령은 단일화 상대였던 정몽준 후보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지지를 철회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탓으로 짐작됩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단일화로 인해 고생했던 당시를 회고하는 대목이 많습니다. 2003년 서프라이즈 창간 1주년 축하 기고에서는 "대통령선거 하루 전날 단일화 합의가 파기됐을 때 수많은 네티즌들이 밤을 지새우며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으며, 2007년 제8회 노사모 총회 축하 메시지에서는 "저의 실수로 지지도가 떨어졌을 때,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많은 지지자들이 돌아섰을 때, 기회주의 정치인들이 외부의 다른 후보와 내통하면서 저를 흔들었을 때, 그래서 후보인 저조차도 흔들리고 있을 때 여러분이 저를 다시 붙들어 주셨다. 그리고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 자신감을 주셨다"고 밝혔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 방식에 대한 소견을 밝힌 부분도 주목됩니다. 특히 합당을 동반한 단일화와 후보만 단일화하는 방법을 비교한 대목이 흥미로운데요. 공교롭게도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김동연 후보는 합당 없이 단일화한 반면,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당까지 합칠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을 합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선거 때 당을 합치는 일이 우리 역사에 있는지 미처 조사해보지 못했다. 제 기억에는 없다"며 "그래서 1997년과 2002년에는 당을 합치지 않고 그냥 단일화해 선거에 승리했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사분오열돼 있던 범민주당 진영의 통합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했던 것이라, 이미 합당을 전제로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대표의 상황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다만 자신을 믿고 따라준 당원들을 생각한다면 안 대표가 되새겨볼 지점들이 존재합니다. 안 대표는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제3세력을 지지한 이들을 배신하고 양당에 편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황급히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는데요. 이번 합당으로 안 대표는 제3정치세력을 구축하겠다던 지난 10여 년의 소신과 멀어진 반면,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로 단숨에 떠오르게 됐죠.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올바른 단일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깨자고 하거나 탈당을 하는 것은 반칙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치를 망치는 일"이라며 "국민들이 보면 실격 처리가 될 만한 사례다. 마음을 비우라고까지는 하지 않겠다. 최소한 원칙은 지키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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