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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엄마를 이해할 것 같은데…'H마트에서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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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뮤지션 미셸 자우너 에세이

연합뉴스

미셸 자우너
[문학동네 제공. ⓒHelene Tche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인디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보컬 미셸 자우너는 스물다섯에 엄마를 잃었다. 서울의 호텔에서 일하던 엄마는 미군에게 중고차를 판매하는 세일즈맨 교육을 받으러 한국에 온 아빠를 만나 스물다섯에 결혼했다.

신간 'H마트에서 울다'는 일찍 떠나보낸 엄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은 에세이다. 이제는 전세계를 투어하는 뮤지션이 된 작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한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으로 이주한 작가에게 엄마는 한국 그 자체였다. 한국 엄마들과 똑같이 엄했고 사사건건 잔소리를 했다.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고 테라스에서 삼겹살을 구워줬다. 작가는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지만, 배경음악처럼 들으면서 자란 덕분에 간단한 한국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어릴 때는 엄마와 무조건 멀어지고 싶었다. 대학에 갈 때도 동부에 있는 학교에만 지원했다. 식당과 만화가게에서 일하며 공연 경비를 벌었다.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엄마도 뮤지션의 길을 걷는 딸을 막 응원하던 그때 엄마에게 병이 찾아왔다.

연합뉴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작가는 냉동식품과 뻥튀기·밑반찬까지 없는 먹거리가 없는 식료품 할인점에서 짱구 과자를 열 손가락에 끼고 흔들어대던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말했었다. 작가는 김치를 담그고 된장찌개를 끓이며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랜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으로 시작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이제 치유를 노래한다. 2017년 첫 내한공연을 하고 작가는 이렇게 썼다.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란 여자, 내가 쌓은 커리어, 내가 절대로 이루지 못할 거라고 엄마가 그토록 오랫동안 걱정한 일을 이렇게 떡하니 이루어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까."

문학동네. 정혜윤 옮김. 408쪽. 1만6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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