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올라도 너무 오른다…고유가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일상 곳곳 강타하는 고유가 공포

'생필품' 차 휘발유 가격 연일 폭등세

유가 100달러 시대, 기름값 더 오를듯

IEA 긴급 조치에도…월가 "추가 상승"

고유가發 70·80년대 스태그플레 공포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가 장중 100달러를 돌파한 1일(현지시간) 기자는 부랴부랴 동네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 며칠 후 휘발유 가격이 또 뛸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사는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이날 기준 갤런당(1갤런=3.785리터) 3.663달러(전미자동차협회·AAA). 미국 전역 평균(3.619달러)과 얼추 비슷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골 주유소에 가서 다시 놀랐다. 이틀 전만 해도 보통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69달러였는데, 어느새 3.79달러로 올라 있었던 탓이다.

주로 타고 다니는 준중형 SUV에 보통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13갤런 남짓이다. 기자는 이날 결국 50달러 넘게 결제했다. 주유를 도와주던 한 직원은 “요즘 원유 가격이 너무 뛴다”며 “하루 이틀 지나서 또 휘발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20~30달러대면 기름을 가득 넣을 수 있었다. 1년 전 뉴저지주의 휘발유 가격은 2.846달러. 1년새 28.7% 폭등했다. 그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뛰었다. 마트에 갈 때도 차를 이용해야 하는 미국에서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다. 기름값 폭등이 곧 생활물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나마 뉴저지주의 휘발유 가격은 미국 평균에 속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837달러에 달한다. 1년 만에 31.19% 뛰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비싸다는 모노카운티의 경우 무려 5.750달러다. ‘기름이 물보다 싸다는’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폭등세 이어지는 휘발유 가격

유가 100달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상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점령 야욕이 ‘오일 쇼크’를 부르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기름의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경우 1970~8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 오른 배럴당 10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7월 말 이후 7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 브렌트유에 이어 WTI까지 100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 가격 등은 시차를 두고 상승한다.

유가가 갑자기 치솟은 것은 서방 진영이 러시아산 원유에 제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캐나다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를 선언했다. 서방의 잇따른 금융 제재로 상품 거래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 원유 공급 부족이 당분간 고착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서방 진영과 러시아간 대치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침공 엿새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내 주요 도시의 군사시설 외에 민간인 거주지까지 폭격했다.

푸틴 대통령이 야기한 오일 쇼크는 근래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가뜩이나 기업과 가계의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유가 폭등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월가의 한 금융사 인사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상회할 경우 경기 침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1970~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월가 주요 기관들은 유가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IEA 비축유 방출 효과 미지수

미국은 급히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IEA의 31개 회원국은 이날 화상 회의를 열고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IEA가 비상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1974년 아랍의 석유금수조치로 제도가 설정된 이후 4번째다. 미국은 6000만배럴 중 절반인 3000만배럴을 부담하기로 했다.

IEA는 “이번 조치는 국제원유시장에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IEA는 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방출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IEA의 긴급 조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관측에 무게가 살린다. 6000만배럴 규모는 러시아산 원유의 6일치 생산량에 불과해서다. 미즈호증권의 밥 요거 선물부문 이사는 “6000만배럴은 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며 “러시아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원유 공급의 키를 쥔 주요 산유국들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비축유 방출은 한계가 뚜렷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아직 증산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주유소에 갤런당 휘발유 가격표가 세워져 있다. (사진=AFP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