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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가치 저장인가 투자인가…비트코인, 너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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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가치 폭락에

비트코인 가격 급등

이전까진 금 가격과 상반된 행보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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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이후 큰 변동성 탓에 여전히 투자와 투기 사이 어디쯤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또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비트코인은 지지자 사이에서 금의 대체제로 주목받았다.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급부상 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개월 연속 상승하는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것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난달 5일 댄 이건 배터먼트 행동재무 담당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초창기 비트코인은 갑작스레 나타난 부를 쌓기 위한 통로로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디지털 금 자산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힘을 잃었다. 지난달 16일까지 5000만원대를 기록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17일에는 전날보다 7.36%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긴 러시아인들의 수요가 급증하자 또다시 비트코인은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0시께 4669만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밤 12시가 되자 5364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2시간만에 14.88% 상승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축출을 결정하자 루블화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러시아인의 가상화폐 계좌를 동결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가상화폐를 저장하는 지갑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는 것도 러시아인들의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안전자산과 유사한 특징이 나타났다. 루블화 가치 급락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안전자산의 특징 중 하나인 자산을 지키기 위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기능했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미 자산운용사 발키리펀드의 레아 발드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전통적인 자산의 청산과 디지털 자산의 급락에는 강한 상환관계가 있었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현재 이러한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유지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가 주류가 될 수 있는 전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에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접근 가능한 대체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었으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금 가격이 상승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도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인의 매수로 수요가 급등하기 전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금 가격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금 99.99K g당 가격은 7만360원을 기록했다. 이후 우상향 추세를 보여 24일에는 7만4360원까지 올랐고 이날은 오전 9시 기준 7만452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업비트 오후 3시 30분 기준(한국거래소 금 99.99K 종가 결정 시간과 같은 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5273만원에서 24일 4308만원으로 떨어졌고 이후 약간 상승해 28일에는 4662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급등 전까지 미 증시,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에도 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나스닥과 비슷한 추세로 움직인 것 때문에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1만3791.15를 기록한 이후 1만4124.09로 상승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인 23일에는 1만3037.49까지 떨어졌다. 1일에는 1만3532.46로 장을 마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이고 공급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금은 유사한 점을 가진다"라면서도 "러시아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한 것은 경제 제재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며 우크라이나 사태 후 미국 주가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떨어져 안전자산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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