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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군사력 22위 우크라 vs 2위 러시아…6위 한국 vs 30위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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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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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쟁은 싱겁게 끝나리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채 24시간도 안 돼 러시아 군은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공항까지 진입했고 수도 함락은 시간문제로 보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한발 늦게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으로 버티기와 반격에 돌입하면서 지금은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혼전입니다.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비정부기구 글로벌 파이어 파워에 따르면 러시아의 군사력은 세계 2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타이완보다 한 계단 아래인 22위입니다. 다윗 우크라이나가 골리앗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방비, 노동력과 병력 규모, 육해공군의 화력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의 군사력 지수는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아프간 전쟁, 베트남 전쟁, 6·25도 국방비와 군비의 총합인 군사력 지수의 무력함을 보여줬습니다. 우리 군의 군사력 순위는 6위이고 북한 군은 30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군은 세계 6번째 강군일까. 우리 군은 30위 북한 군을 종이호랑이 구기듯 제압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총력전의 명장면들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맞춰 탈레반이 물 밀듯 수도 카불로 진격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민들을 버리고 아프간을 탈출했습니다. 반면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키예프) 함락 위기에도 각료들과 함께 수도를 지키며 옥쇄(玉碎)를 선포했습니다. 까칠한 수염에 국방색 티셔츠 입고 "끝까지 싸우자"고 외치며 찍은 셀카 사진은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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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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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차와 장갑차, 군인들을 몸으로 막아서는 우크라이나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속출했습니다. 동맹의 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강철 화력을 잡는 화염병이 등장했습니다. 부녀자들도 기꺼이 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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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을 제작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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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을 들고 항전 의지를 다지는 우크라이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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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전선의 소식이 속속들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SNS를 통해 타전되는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 러시아 기갑 전력들의 손실이 수백대에 이릅니다. 방공망이 튼실하지 않아 개전 초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지만 이후 전면전은 일방적 양상이 아닌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요충지인 지미니 섬의 수비대, 러시아 군의 진입로를 폭파하며 자폭한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 해병 등 군인들의 영웅적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민관군이 어깨 걸고 싸우는 총력전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듯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싸움이면 러시아가 재래식 전력을 총동원해도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 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한들 끝없는 게릴라전의 늪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무릎 꿇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대러 협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6위 우리 군은 30위 북한 군을 압도하나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은 병력 55만명에 전차 2,130대, 장갑차 3,000대, 야포 6,000문, 다연장로켓 270문, 지대지 미사일 60여기, 함정 150여척, 잠수함 10여척, 전투기 410대, 감시통제기 70여대, 헬기 660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 군의 무기 숫자는 우리보다 많지만 성능면에서는 한참 뒤떨어집니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만 놓고 보면 북한 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여기에 주한미군이라는 동맹 카드가 있고 유사시 미군 전력 증원도 확정된 상태입니다. 얼핏 보면 남북 전면전에서 북한군은 종이호랑이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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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날 행사에 맞춰 도열된 우리 군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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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쟁은 군사력, 경제력 순위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군 참전도 승리의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아프간과 남베트남은 미군의 전폭적 지원에도 패퇴했습니다. 남북이 전면전을 벌였을 때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듯 강단 있는 위정자, 통합된 국민, 자긍심과 훈련으로 단련된 군인이 있다면 군사력 순위는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대선 후보들은 사드냐 L-SAM이냐 부질없는 말싸움에 이대남 표심 얻기용인지 안보 공약인지 헷갈리는 약속들 쏟아낼 것이 아니라, 서로 반목하는 국민들 통합하고 군인에 대한 존중 끌어올릴 방도를 찾는 데 진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세계 6위 군사력을 자랑하며 안보의 환상을 키울 것이 아니라, 군에 실전훈련 시킬 방도를 찾는 데 진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유사시 수도를 버리지 않을 용기를 키우는 방도를, 우리 군은 국민과 장병들 신뢰 얻는 방도를 찾는 데 각각 진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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