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서류 갖추면 출입국 허용"…종전 입장으로 돌아간 셈
작년 8월 아프간 카불공항서 해외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자국민의 해외 출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가 국내 외에서 지적이 일자 이틀 만에 관련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2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전날 "합법적인 서류와 초대장을 가진 아프간 국민은 외국으로 나갈 수 있고 아무 문제 없이 귀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무자히드 대변인이 앞서 밝혔던 새로운 출국 지침을 이틀만에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여권과 비자 등 적절한 서류가 있는 경우 자국민의 출국을 막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으로 돌아간 셈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아프간 국민의 해외 대피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며 "장차 아프간을 떠나려는 가족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출국한 아프간인이 해외에서 열악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새로운 조치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국내는 물론 휴먼라이츠워치(HRW) 같은 국제기구와 외교관 등 해외에서도 여러 반발이 일었다.
특히 주아프간 영국대사 대리인 휴고 쇼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방침은 국제사회와 아프간 국민의 신뢰를 위해 헌신하겠다던 탈레반 당국의 약속을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장악 후 국제사회의 인정을 통해 제재 해제 등을 바라는 탈레반으로서는 이런 압박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결국 방침을 번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이전 코멘트는 합법적인 서류 없이 출국하는 이들에 대한 우려를 겨냥한 것이었다며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이처럼 자국민의 해외 대피에 민감한 것은 국가 운영에 필수인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의 지난해 8월 재집권을 전후해 교수, 의료진, 언론인, 기술자, 기업인 등 전문인력이 강압적 통치를 우려해 대거 탈출했다.
이로 인해 대원 대부분이 문맹인 탈레반은 국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 대행은 전날 "젊은이와 기술자들은 아프간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며 아프간엔 그들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레반 정부 고등교육부도 이달 초 해외로 떠난 대학 교수·강사들은 아프간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프간은 수십년간 내전이 계속되면서 정부 재정 자립 능력이 사실상 고갈됐는데 탈레반 재집권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더 심해지며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 카불.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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