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속 "역사 주도할 힘 가져야"…野 '안보무능' 공세 의식했나
'민주주의·경제·문화 등서 선진국 반열 진입' 역설
'평화' 14번, '대화' 6번 언급…"평화 속에서 번영해 나갈 것"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3·1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것은 '힘'이었다.
3·1운동을 원동력 삼아 독립을 이룰 수 있었던 그 힘을 통해 국제정세의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이 커졌다는 점을 의식한 메시지로 보인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야권이 '불안한 안보', '힘 없는 평화' 등의 주장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가운데 이를 '국력 강화' 기조를 부각하며 우회적으로 공세를 반박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원동력의 하나가 한반도 평화라는 점도 확인했다.
최근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화에 의해 비핵화와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셈이다.
◇ "패권적 국제질서 거부한 3·1정신", 현 국제정세와 연계
문 대통령은 1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발표한 기념사에서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고개를 들고,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열강의 침략으로 국력을 빼앗겼던 3·1운동 당시 한반도의 상황을 상기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지지해온 만큼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재차 상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패권 국가들의 국제정세 주도권 다툼 속에서 다시금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1독립운동의 정신을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것'에서 찾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연일 '힘' 강조하는 文…野 공세에 응수
문 대통령이 최근 계속해서 '강한 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발언이 대선 국면에서 '안보무능 프레임'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달 24일 SNS에서 "안보는 냉혹한 현실"이라며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각서(종전선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일 "문재인 정부의 평화가 '힘 없는 평화'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강한 국방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서도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달 27일 SNS에 올린 글에서 "과연 문재인 정부가 국방력 강화 노력을 게을리 했나. 대답은 단호하게 'NO(아니오)'"라며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국방'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국기에 경례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
◇ "민주주의를 지킨 힘, 문화의 힘"…선진국 자긍심 고취
문 대통령은 '누구도 얕볼 수 없다'는 표현을 쓰면서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현시점의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 예로 든 것이 6월 민주화 항쟁과 촛불혁명을 비롯한 민주주의를 지켜낸 힘, K팝으로 대변되는 문화의 힘,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오른 저력 등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 현 정부의 성과를 폄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민이 이룬 성과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보이는 대목이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방역 이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 악화 등 경제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위기 앞에 뭉치자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판 뉴딜 등으로 선도국가로 향할 길목에 서 있는 만큼 이 같은 자긍심이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된다.
3.1절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
◇ "더 강해지려면 한반도 평화 필요"…비핵화 끈 놓지 않은 文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라면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평화를 통해 민족의 생존을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높이고, 평화 속에서 번영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새해 들어서만 여덟 차례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며 임기 내에 남북 대화와 관련한 진전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한반도 평화라는 원칙만큼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기념사에서 언급된 주요 단어 중 '위기'(12회)와 함께 '평화'(14회)와 '대화'(6회)가 자주 등장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뒷받침한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가 잇따른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태도와도 맥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대선이 목전인 데다 북한 역시 차기 정권과 새로이 대화의 판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기 내에 획기적인 상황의 반전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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