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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우크라 침공] 러시아, '아프간 수렁' 악몽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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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결사 저항·서방 무기지원…러 작전 교착 조짐

제재 강화·국제사회 비난 여론 부담…전쟁 지속·퇴로 모색 기로

연합뉴스

우크라 하리코프 시내서 불타는 러시아군 장갑차
(하리코프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지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시가전이 벌어진 제2의 도시 하리코프의 거리에서 러시아군 병력수송용 장갑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2022.2.28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지 닷새째인 28일(현지시간)까지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가 함락됐다는 전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CNN 방송 등 서방 언론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려 했던 러시아가 예상보다 거센 우크라이나의 저항 탓에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이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고 보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으며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동부 대도시 하리코프조차 현재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개전 초기 전선이 교착된 상황에서 미국과 나토,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직접 파병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자금 지원에 적극 나섰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던 미국은 3억5천만 달러(약 4천192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26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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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코프서 상부 명령 기다리는 우크라 향토방위군
(하리코프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향토방위군 대원들이 27일(현지시간) 제2의 도시 하리코프 시내에서 전투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이날 하리코프에 대한 전방위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2022.2.28 leekm@yna.co.kr


이미 2천기의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한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네덜란드도 스팅어 방공 로켓 200발을 최대한 빨리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이달 초에도 소총과 탄약, 레이더 시스템, 지뢰탐지 로봇 등을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체코는 약 750만 유로(약 101억 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낼 계획이다.

그간 살상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독일은 이를 뒤집고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천기와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EU는 4억5천만 유로(약 6천60억 원)의 EU 재원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구매에 사용하고 추가로 5천만 유로(약 673억 원)의 의료물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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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고조 속 우크라 동부 진입하는 탱크
(도네츠크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동부 도네츠크에 탱크가 진입하고 있다.. 2022.2.22 sungok@yna.co.kr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것도 러시아에 큰 부담이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이후 금융·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핵심 인사 개인에 대한 제재도 결정했다.

또 미국과 EU 등은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다. 또한 지금껏 사용하지 않은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를 추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같은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는 시간이 가면서 더욱 가혹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는 명분을 얻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발생하는 등 전쟁의 동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과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전쟁의 수렁'에 빠졌던 것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유사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련은 냉전 시기인 1979년 12월, 당시 친소련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 무자헤딘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당시 신흥 세력 탈레반을 중심으로 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 소련은 결국 10년간 막대한 전쟁 비용을 쏟아붓고 병력 5만명을 잃은 채 1989년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쟁의 실패가 소련 해체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시카고 대학의 폴 포스트 교수는 미국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과 대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러시아가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지는 상황을 꼽았다.

포스트 교수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한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강력하게 저항하고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반전 여론이 높아지고 제재의 고통은 심화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러시아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많은 분석가가 이런 시나리오를 예측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파괴된 러시아 탱크
(루간스크[우크라이나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에서 파괴된 러시아 탱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2.2.27


러시아는 전황에 따라 여러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일단 28일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에서 만나 협상을 하기로 했다.

아직 이번 협상 의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협상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은 모습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듣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상에서 러시아가 수렁에 빠질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을 계속할지, 전쟁을 그만둘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할지 의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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