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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차기 대선 경쟁

李 “세계 10대 강국, ‘국민의 힘’ 덕”, 尹 “우리 국민의당”…앗 나의 실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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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설화(舌禍)가 넘친다는 ‘비호감 대선’이지만, 때때론 웃음을 자아내는 말실수도 있다. 단순히 말이 꼬였거나, 순간적으로 헷갈려서 다른 단어를 내뱉는 경우다. 현장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되고, 이내 정치인들이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장면들도 이번 대선의 주요 풍경 중 하나다.



與 “경제 강국, 국민의힘 덕”, “무능한 유능한 이재명”



①“아니 그 ‘국민의 힘’ 말고”=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8일 전남 목포 유세장에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올라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이곳에서 “목포 시민들의 위대함이 세계적 지도자를 키워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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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목포 유세장에 도착,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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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우리 호남인은 위대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냈고 군사독재를 이겨냈고, 이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만들었다”며 “이게 바로 국민의 힘 아니겠나”라고 크게 외쳤다. 경쟁 정당 이름인 국민의힘과 발음이 같은 단어가 나오자, 현장이 웅성댔다. 이 후보는 즉시 “그 당(국민의힘) 말고…당 말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②“무능한 유능한 이재명”=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를 홍보하며 이 후보가 이를 계승 발전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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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장에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실수로 ″무능한 이재명″이라고 말하는 모습. 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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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성적표가 세계 1위, 무역이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며 “이것을 이재명 대통령같이 무능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어서 대한민국을 세계 5대 강국으로 이어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수식어로 무능을 썼다가 금세 유능으로 고쳤지만, 홍 의원의 발언은 영상 클립으로 제작돼 각종 커뮤니티에 퍼져나갔다.



野 “우리 국민의당”, “이재명 외쳐달라”



③“우리 국민의당의 큰형님”=국민의힘에서도 마찬가지 실수들이 있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22일 충남 홍성 유세장에서 충남총괄공동선대위원장인 홍문표 의원을 소개했다. 올해 75세인 홍 의원은 충남 홍성ㆍ예산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한나라당ㆍ새누리당ㆍ미래통합당) 소속으로만 4선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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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열린 “서해안시대는 새로운 100년의 중심 내포에서!” 선거 유세에서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은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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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윤 후보는 “우리 홍성ㆍ예산의 오랜 일꾼이고 우리 ‘국민의당’ 모든 정치인의 큰 형님이신 홍문표 의원님”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정당명을 안철수 대선 후보의 국민의당과 헷갈려 잘못 말했다. 다만 윤 후보와 홍 의원 모두 발언 수정은 하지 않고 유세는 끝났다.

④“이재명 외쳐달라”=지난 17일 경기 성남에서 열린 국민의힘 유세장에선 국민의힘 의원이 실수로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연호’를 유도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성남은 이 후보가 시장을 지낸 본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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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 성남에서 열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세장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실수로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연호’를 유도하는 모습.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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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인 김성원 의원은 “우리가 목놓아 외쳐야 윤 후보가 힘이 나서 이곳 이재명의 심장인 성남에서 어퍼컷을 날릴 수 있지 않나”라며 “여러분 손을 높이 들고 이재명을 외쳐주십시오”라고 소리쳤다. 청중들 사이에 일순 침묵이 흘렀다. 김 의원은 혼잣말로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라고 한 뒤 다시 “윤석열을 외쳐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말실수 꼭 나쁜 건 아냐…YS는 엉뚱한 말로 친근감 상승”



대선 캠프에 있는 한 보좌관은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활동하다 보니 실수가 잦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경우 요즘 하루에도 전국 서너 군데 지역을 돌며, 한번 유세장에 오를 때마다 원고 없이 40분 이상씩 연설을 하는 게 예사다.

실수임이 분명하지만, 이런 실수가 “인간적인 친근감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는 관점도 있다. 대중은 빈틈없는 모습으로 꽉 찬 정치인보단, 때론 실수하는 모습에 더 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엉뚱한 말실수가 잦았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겠다”거나 “공정한 인사를 (해서 부패 인사를) 척결하겠다”는 식으로 주요 단어를 빼먹은 채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재임 중 『YS는 못 말려』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인간적인 면모가 대중에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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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 발간된 정치 풍자 책 『YS는 못말려』표지. 개그프로그램 ‘유머1번지’ 등의 작가를 했었던 장덕균씨가 썼다. 현직 대통령을 농담 대상으로 삼아 큰 화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엉뚱한 화법이 주 소재가 된 풍자집이다.




YS 후임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15대 대선 TV 토론을 도왔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YS와 달리 DJ는 논리정연하고 빈틈없이 말하는 성격이었다”며 “그래서 일부러 DJ에게 어설퍼 보이는 말투와 바보같이 웃는 표정을 제안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말실수가 무조건 비난받을 일만은 아니다”라며 “본질과 상관없는 실수라면 , 대중 친근감을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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