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단일화 놓고 결단 초읽기…주변선 ‘공동개혁정부론’ 솔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 문제’를 결단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희미해져 가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불씨를 되살릴지, 이대로 단일화 없이 완주를 택할지 선택해야 한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국민경선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자 윤 후보는 “고민해보겠다”고만 한 뒤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피해 왔다.

윤 후보는 대선을 불과 13일 앞둔 24일에도 단일화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직 여야 국회의장·국회의원 윤석열 지지 및 정권교체 결의 대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어떤 정파, 지역, 계층 관계없이 전부 함께하고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양복에 주황빛 넥타이 차림이었는데, 주황은 안 후보가 속한 국민의당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윤 후보가 언급을 아끼는 사이, 선대본부에서 적극적으로 단일화 불씨를 살리려 나섰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 회의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하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일 안 후보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공개 경고였다. 권 본부장은 “당과 윤 후보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기필코 이뤄내겠다. 정권 교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안 후보에 대한 윤 후보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를 둘러싼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지만, 더 큰 통합, 더 크게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향해 가는 과정의 하나로, 더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조심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후에는 이양수 캠프 수석대변인이 나섰다. 그는 국회 브리핑 뒤 기자들을 만나 다시 박빙 양상인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안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상대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낮은 정치, 겸손한 정치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안철수’ 주말 전격 회동 가능성에 대해선 “저도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도 “현재 단일화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아마 윤 후보께서 직접 결단하고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 후보 측 참모들 사이에선 “확실한 승리 카드인 안 후보를 반드시 끌어안아야 한다”거나 “정 안 되면 안 후보 집으로 찾아가는 식의 삼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같은 의견이 많다. 익명을 원한 윤 후보 측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의 레이스로 결승점을 통과할 경우 대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며 “정권교체의 열망을 최대치로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캠프 내에선 ‘윤석열·안철수 공동개혁정부’ 카드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극적인 단일화 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단일화를 할 의지가 있었으면, 윤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따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경선을 받으면 단일화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지금 시간이 다 지났다. 그래서 제가 결렬 선언을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