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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관 "文 청와대, 판결대로 北 피살 유족에 정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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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청와대를 향해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해수부) 공무원의 사망 경위 관련 정보를 유족에 제공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앞서 청와대는 해당 법원 판결에 항소했는데, 북한 인권 관련 유엔의 최고위급에서 이를 비판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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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 연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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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판..."군 기밀 아니면 공개해야"



킨타나 보고관은 8박 9일간의 방한 마지막 날인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한국 정부는 2020년 9월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모 씨의 유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굉장히 민감한 군 기밀이 아닌 이상 관련 정보는 법원 판결에 따라 모두 공개해야 하며, 이에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삼권 분립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 결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앞서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 모 씨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지난해 11월 군 기밀을 제외한 사망 경위 등 정보를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청와대와 정부의 항소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어 "(이 씨 사망 관련) 정보가 현 정부 임기 내에 공개되지 않으면 향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비공개 처리될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정보 공개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차원에서 청와대와 한국 정부에 항소 철회를 설득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데 대한 답변이었다. 실제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될 수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뒤 중앙일보와 만나 "이번 방한에서 만난 한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법원 판결에 왜 항소했는지' 묻자, 그들은 '국가 안보 때문'이라고 답할 뿐 추가 설명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외 다른 나라에서도 정부가 사법부 판결을 따르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보편적인 알 권리는 명확한 이유에 근거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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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이 씨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면담한 모습. 이래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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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백신 수용 뒤 압박받을까 우려"



한편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코로나 19 백신 6000만 회분을 제공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북한은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백신협력체 코백스(COVAX)를 통한 백신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북한은 백신 일부를 제공 받은 뒤 나머지 접종분을 제공받을 때 혹시 여러 압력에 직면하진 않을지 의심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잔여 백신을 받기 위해 이행할 조건이 생기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취지다.

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백신 지원을 제안했는지' 묻자 "아직 제안한 바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유엔과 미국이 북한에 6000만 회분의 백신 지원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고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답변이다. 그는 또 북한에 백신을 줄 경우 "북한이 경제적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 이를 위해 경제 제재 해제를 요청할지 등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전단법에 "형량 과도해 재고해야"...'말 바꾸기' 논란도



2020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해선 "법 적용 사례가 나오기 전에 법안의 극단적인 부분을 재고하길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는 북한 당국 등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당연히 포함되며 이는 오히려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킨타나 보고관은 "표현의 자유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제 3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때 예외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전단 살포 제한은 이에 부합할 수 있지만, 법에 명시된 최대 3년의 징역형 등 조항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19일 강원 철원군에서 남북 접경 지역 주민들과 만나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앞서 법 자체에 반대하던 킨타나 보고관이 돌연 법안의 형량 조항만 문제 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선회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그는 한국이 3년 연속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올해 결의안에는 한국도 공동 제안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이런 제안에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고조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공동 제안에 불참했다"고 답했다고도 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다음 달 중 올해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전망인데,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공동 제안에 선을 그은 채 남북 관계 회복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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