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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쓴 성철스님의 선 사상…'정독 선문정로' 출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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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경구 교수 "중요한 법문인데 그간 '돈오 논쟁'으로만 접근"

감수 맡은 성철스님 시자 원택스님 "이제야 스님 손이라도 잡은 듯"

연합뉴스

저자 강경구 교수와 감수 원택스님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강경구 동의대 교수(왼쪽)가 성철스님이 간화선의 바른 수행법을 전하고자 집필했던 선문정로(禪門正路) 해설서인 '정독 선문정로'를 펴냈다. 책의 감수는 성철스님의 '영원한 시자' 원택스님이 했다. 2022.2.21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끝)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981년 출간된 '선문정로(禪門正路)'는 성철스님이 한국 불교의 전통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 전통을 바르게 정립하고자 써 내려간 법어집이다. 선이 제 길을 벗어나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불교 경전을 인용해 집필한 선문정로는 성철스님 스스로가 탈고 후 "부처님께 밥값을 했다"고 자평했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렇든 선문정로는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자에게는 이로운 교과서였으나 내용 자체가 어렵고, 많은 부분이 한문투로 쓰인 탓에 접근이 쉽지 않다는 평이 많았다.

성철스님은 책에서 깨달음 이후의 수행이 필요 없음을 뜻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강조하는데 이는 깨달음 이후에도 수행이 지속돼야 한다는 보조국사 지눌(知訥의 '돈오점수(頓悟漸修)' 사상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당시 불교계에는 '돈점(頓漸)논쟁'의 격랑이 일었고, 선문정로가 시비에 휘말리는 사이 참선 수행서로서 의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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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출간 41주년을 맞은 선문정로, 수행자들이 성철선의 알맹이에 바르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동의대 중국어학과 강경구 교수가 최근 펴낸 해설서 '정독(精讀) 선문정로'(도서출판 장경각)는 성철선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부법을 안내한다.

선문정로 19장 체제를 그대로 따르면서 장마다 설법의 맥락과 특징을 짚고, 선문정로의 인용문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요즘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문투의 번역문은 한글세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썼다. 글자를 생략하거나 바꿀 경우 '대괄호'를 사용해 문맥과 뜻이 통하도록 했다. 성철이 주창했던 돈오돈수의 의미와 이유 등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그는 해설서를 쓰기로 마음 먹은 뒤로 성철스님을 따라하고,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실천하며 선문정로에 담긴 가르침에 근접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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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강 교수는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책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선문정로는 참선하는 사람이 바른 길을 걷도록 안내하기 위해서 성철스님이 쓴 책"이라며 "위기나 게으름에 빠지고 자기 관점에서 왜곡이 일어날 때마다 바로잡아주는 지침서 같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간의 집필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선문정로는 한국 불교, 한국 역사에서 반드시 중요하게 꼽혀야 할 법문임에도, '돈오점수'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한 '돈오 논쟁'으로만 고찰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성철스님의 마음을 짐작하며 스스로 공부하며 썼으나 어렵다. 더 쉽게 한번 더 써보라고 하나 쉽게 써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해설서 집필 시작부터 출간까지 약 10년이 걸렸다는 간담회 사회자의 설명에 "10년 전에 (해설서 작업을) 시작했으나 그간 게으름이 있었다"며 겸손해하기도 했다.

해설서 감수는 성철스님의 영원한 시자였던 원택스님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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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간담회 참석한 강경구 교수와 원택스님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정독 선문정로'를 펴낸 강경구 동의대 교수와 책 감수작업을 했던 원택스님이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책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2.2.21 eddie@yna.co.kr (끝)


원택스님은 대학 졸업 뒤 친구와 함께 성철스님이 주석하던 해인사 백련암에 놀러 갔다가 "니 고마 중(이) 되라"라는 스님의 말 한마디에 출가를 단행했다. 22년간 은사를 시봉했던 그는 성철스님 열반 뒤로는 여러 기념사업을 펴왔다.

그는 은사의 역작 선문정로가 쉬운 해설서 형태로 수행자는 물론 불자, 일반 대중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 것을 크게 반겼다.

원택스님은 간담회에서 "해설서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그 심정은 여기서 다 피력할 수 없을 정도"라며 "하나의 소홀함이 없이 다 설명해뒀기에 이 책을 새롭게 품안으로 가져오게 한 강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성철스님의 큰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스님을 보고도 못 보고, 만나도 못 만난 줄 알았는데, 그나마 강 교수 덕분에 이제 손이라도 잡아봤다는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강 교수의 집필 노력에 큰 고마움을 표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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