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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냉전 종식 30년, 유럽은 희미해졌던 전쟁의 기억을 상기하며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쟁은 눈 앞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SNS시대,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보 교란'을 통해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혼란을 부추기는 허위 정보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SNS를 떠도는 우크라이나 허위 정보들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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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넘겨준다?
최근 SNS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진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은 바이든이 러시아에 무기를 넘겨줄 때까지 침공을 연기하기로 했다"(Sources: Putin to delay invasion until Biden delivers weapons to Ukraine for Russia to capture)는 글귀가 적힌 CNN 방송 화면의 캡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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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을 조작해 퍼지고 있는 CNN뉴스 사진
하지만, 이는 2017년 3월 30일 CNN 방송 화면 자막을 조작해 퍼뜨린 걸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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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뉴스 원본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때, 수많은 무기가 탈레반에 넘어갔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100조 원 규모의 무기가 탈레반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SBS 사실은팀도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특별감찰관(SIGAR) 분기 보고서와 미국 회계 감사원(GAO) 보고서 등을 통해 이 주장이 과장됐다고 팩트체크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했던 것처럼, 러시아에 무기를 넘겨주기로 했다며 정부를 공격하는 허위 정보가 만들어진 걸로 해석됩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매우 절박한 문제일텐데, 누군가는 이런 허위 정보를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시위 피켓이 모두 영어다?
최근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시위의 모든 피켓이 영어로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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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 위험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러시아를 규탄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이 사례로 든 시위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르키우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였는데, 그는 "하르키우의 공용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면서 "이번 시위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부추기는 서방 언론을 위한 시위라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시위의 배후에 서방 세력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집회의 순수성을 격하시키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SBS 사실은팀이 당시 외신 영상의 피켓을 살펴봤는데, 러시아의 전쟁을 멈추라는 의미의 'Stop', 'Stop Russian Aggression' 외에는 대부분 우크라이나 언어로 돼 있었습니다. 'Stop'은 국내 시위에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화학 공격을 시도했다?
최근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친러 지역인 호를리우카에 화학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를리우카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 공화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호를리우카 하수처리장의 염소 저장 용기를 폭파하려고 했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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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도는 18일에 있었는데, 이에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이런 정보를 퍼뜨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는 러시아 영토 내 폭탄 테러나 집단 학살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꾸며내거나, 허위 또는 실제 화학 무기 공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를리우카는 2014년 도네츠크 공화국이 장악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지역입니다. '호를리우카 전투'입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포격을 했습니다. 50일 간의 전투에서 민간인 3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호를리우카에는 전쟁의 기억을 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러시아와 서방 누가 맞고 누가 틀리는가의 문제를 넘어, 이런 허위 정보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과 공포 자극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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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극단적인 증오심을 통해 힘을 키웁니다. 허위 정보는 증오심에 기름을 붓습니다. 누군가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또 누군가는 단순한 재미 때문에 허위 정보를 만들고 유통하고 있지만, 결국 그 대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 사태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 그리고 러시아 간 세력 다툼이 우크라이나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리전 성격이 짙습니다.
당장 우리와 관련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우리 역시 팬더믹과 큰 선거를 거치며 허위 정보의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발 허위 정보들이 유통되고 확산되며 소비되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고 믿습니다.
SBS 사실은 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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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송해연, 권민선)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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