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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희귀암 다발골수종, 표적 치료제 효과 ? 생존 기대 3년→10년으로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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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지향 교수(왼쪽)와 혈액내과 신승환 교수가 차세대 유세포 분석기로 검사한 다발골수종 환자의 미세잔존질환 결과를 논의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은평성모병원 다발골수종센터]



최첨단 미세잔존질환 검사로

극히 미량 악성 암세포도 측정

항암치료 효과 높여 재발 늦춰

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은 아직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암이다. 진단 후 3년 정도 생존하는 병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로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신승환(다발골수종센터장) 교수는 “지금은 치료 성적이 향상돼 진단 후 10년 정도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표적 세포 치료제와 첨단 진단검사법, 활발한 신약 임상 연구로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치료 환경의 전환점을 맞는 시기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은 면역시스템의 핵심인 B세포가 최종 분화한 형질세포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악성 형질세포는 파골세포를 활성화하고, 조혈 기능을 방해한다. 극심한 허리 통증이나 팔·갈비뼈 등에 다발성 골절이 생기는 경우, 이유 없이 빈혈이 생기고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는 증상, 신장 기능이 갑자기 나빠지는 때 다발골수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아는 만큼 보이는 질환으로, 일반인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진단받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신장 기능 갑자기 나빠지면 의심



다발골수종은 치료 후 시간이 지나면 재발한다. 10년을 생존해도 완치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항암제에 노출이 덜 돼 있고 치료 반응이 좋은 1차 치료가 전체 치료 기간 중 가장 중요하다. 신 교수는 “1차 치료 후 삶의 질이 가장 높게 유지되고 재발까지의 시간도 가장 길다”며 “재발로 인해 2차·3차 치료를 거듭할수록 다음 재발까지의 기간이 짧아지며 약물의 반응도가 떨어지고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1차 치료 후 재발을 늦추는 치료는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신 교수는 “최근엔 표적 치료제를 함께 투여하는 약제 병용 요법으로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표적 치료제를 쓴 환자의 경우 악성 세포를 측정하는 미세잔존질환 검사에서 ‘음성’일 경우가 약 1.5~2배 높다”고 말했다.

미세잔존질환 검사는 기존의 방법으로 검출할 수 없었던 극히 미량의 악성 세포를 측정하는 첨단 검사법이다. 골수 세포 1000만 개 중 다발골수종 세포가 한 개도 없을 때 음성으로 본다. 신 교수는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치료 후 미세잔존질환이 음성일 때 재발 없이 생존하는 기간과 전체 생존 기간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길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잔존질환 음성 여부를 참고해 조혈모세포이식과 유지 요법 등 치료 방침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새롭게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환자는 가능하면 표적 치료제를 포함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치료 잘하면 생각보다 장기간 생존



다발골수종 환자의 평균 연령은 69세다. 은평성모병원 다발골수종센터에서는 고령 환자의 초기 치료 방침을 결정할 때 기저질환과 전신 상태를 고려하는 포괄적 노인 기능 평가를 시행한다. 노년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와 일대일로 진행한다. 의료진은 이 결과를 참고해 조혈모세포이식 여부 등 최적의 치료 방침을 정한다. 신 교수는 “고령이면서 전신 건강이 좋지 않으면 약제 독성을 견디지 못한다”며 “기능 평가를 참고해 표적 치료제는 유지하고 다른 약제를 조정하면서 미세잔존질환 음성을 목표로 치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환자는 완치가 어렵다는 말에 절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걷기도 힘든 심한 허리 통증으로 은평성모병원을 찾았다가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59세 여성 환자의 경우가 그렇다. 이 환자는 질환에 공포심을 느끼고 절망해 식사를 거르고, 의료진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으며 울기만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받으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가졌고,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게 됐다. 표적 치료제를 포함한 약제 병용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뒤 걷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이 환자는 현재 영상의학 판독에서 암세포를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상태(완전 관해)로 조혈모세포이식을 앞두고 있다. 신 교수는 “인터넷 검색으로 접하는 정보는 한정적이어서 다발골수종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직 완치는 어려우나 생각했던 것보다 장시간 생존할 수 있는 질환이란 것을 이해하고 치료를 잘 따라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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