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정치보복 프레임 반박하며 거친 표현 동원
이상돈 "정치 언어 미숙... 불필요한 분란 조장" 지적
'괴벨스' 공격 받던 이준석도 "혐오정치" 꼬집은 표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 부전동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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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지지층 결속을 다지기 위한 유세용 멘트라고 해도, 극단적 선동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약탈" 등 거친 표현으로 여권을 비판해온 윤 후보의 발언 수위는 17일 더 세졌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 유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이쪽이든 저쪽이든 진영과 관계없이 국민을 약탈한 행위는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 그걸(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국민을 속이나"라며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나 공산주의자들의 수법이다.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라고 여권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윤 후보의 이른바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두고 여권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반박을 하다가 히틀러, 파시스트 비유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한번만이 아녔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유세에서도 윤 후보는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늘 하던 짓이 자기 과오는 덮고, 남이 하지도 않은 걸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며 "이런 허위 선전공작은 전체주의자들 전유물"이라고 또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여권 정치보복 프레임 비판하며 "히틀러, 파시스트" 표현 동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경기도 용인 수지구 테이스티 애비뉴 옆 공터에서 열린 ‘역동적 혁신성장 대한민국 만들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용인=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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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윤 후보의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던 보수 중도 성향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때 파시스트 같은 적나라한 표현을 쓴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윤 후보가 처음 하는 선거이다 보니, 정치적 언어에 굉장히 미숙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표현으로)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표현을 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권도 강하게 반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마음 급한 대선 후보의 선 넘은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설마 문재인 대통령이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란 말이냐. 민주당이 나치,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라면 검찰총장이었던 본인은 게슈타포, 홍위병, 인민재판장이냐"며 "파시스트를 찾으려거든 거울을 보라"고 쏘아붙였다.
이상돈 "윤석열 정치적 언어 굉장히 미숙... 불필요한 분란 일으켜"
자신을 향해 청년 괴벨스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논평을 '혐오정치'라고 규정하며 비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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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있지도 않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이 정치 보복이고, 검찰 공화국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바로 파시즘적 발상"이라며 "법에 따라 모든 부정부패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니 자신 측근의 비리부터 먼저 밝혀야 마땅하다. 얼토당토않은 비교로 국민을 현혹하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한편 히틀러 등 극단적 비유로 반대 진영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혐오정치"라고 지적했던 적이 있다.
지난달 18일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은 김영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차별과 혐오 중심 선거전략을 짜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 대표가 청년 괴벨스처럼 보인다"고 비판하자, 이 대표는 "이준석이 괴벨스면 국민의힘은 나치이고, 우리 후보는 히틀러이고, 우리를 지지하는 젊은 지지층은 유겐트인가"라고 되물으며 "네거티브 하지 말라는데 이런 게 막말+네거티브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나치로 몰고 유겐트로 모는 것이 혐오정치의 정확한 정의"라고 비판했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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