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공식 선거 유세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여야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가 논란을 빚고 있다. 박빙 판세의 중도 싸움인만큼 각 선거대책위는 일찍부터 내부에 ‘설화 자제령’을 내렸지만, 선거 운동 시작과 함께 무리한 옹호와 과도한 네거티브가 쏟아져 파열음을 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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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엽기적”이라는데도…與 “부인이 감사해야 할 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의 이경 대변인은 지난 15일 유튜브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 외모를 품평하는 가사로 논란이 된 노래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에 대해 “(김건희씨가) 감사해야 할 일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위대한 뮤지션에 비유한 것은 저 같으면 기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 말이다.
안치환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앨범 재킷 이미지. 사진 소속사 A&L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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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수 안치환씨는 지난 12일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 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라는 가사의 곡을 발표했다. 안면 화상 등으로 성형 수술을 한 적 있는 마이클 잭슨을 소재로 김씨의 성형 의혹을 저격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 후보는 지난 14일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위대한 뮤지션을 이런 저급한 공세에 소환한다는 것이 너무 엽기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변인의 주장에 상대 패널로 나온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인신공격은 풍자라 볼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예술인의 표현을 (정치권이) 평가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또 “개인적으로 외모 평가를 좋게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김건희씨가) 성형 안 하신 것도 아니고, 저는 성형한 것 예쁘다고 생각한다”라는 평가를 했다.
최민희 이재명 캠프 미디어특보단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이재명 선대위에선 앞서도 이 후보를 옹호하려다 논란을 키운 경우가 있었다. 지난 11일 대선 후보 4자 TV 토론 직후 최민희 미디어특보단장은 페이스북에 3억2000만원에 올라온 김포 원도심 아파트 가격을 캡처해 올린 후 “여기요, 여기! 2억, 3억 짜리 아파트 있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15일 이한상 고려대 교수 페이스북 글.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페이스북 캡처 |
이는 이 날 TV 토론에서 이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의 토론 중 “김포에 20평 아파트 2억~3억원대가 가능하다”고 말한 걸 옹호하는 맥락에서 올린 글이었다. 그러나 최 단장의 글이 올라오자 김포 지역 온라인 카페에는 “전직 국회의원(최 단장)이 진영논리에 눈이 멀어 김포의 특정 아파트를 콕 집어 조롱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50만 김포시민을 조롱한 최민희 전 의원을 즉각 봉고파직하라”는 글이 성토했다. 최 단장은 결국 글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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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安 캠프 사망 추모하며 尹 '어퍼컷' 사진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일이 연이어 나왔다. 윤석열 선대본부 상황실 소속인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날 발생한 이 후보 측 유세차 사고 사진을 올리며 “뭘 해도 안 된다는 게 이런 것이다. 저쪽은 서서히 침몰하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일만 남았다”는 글을 올렸다. 특히 이날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 유세 차량에서 운전기사 등 2명이 사고로 숨진 날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이 교수는 글을 삭제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이 지난 15일 올린 글(왼쪽)과 수정된 글(오른쪽). 해당 페이스북 캡처 |
같은날 박민영 청년보좌역은 추모글에 적절하지 못한 사진을 붙여 논란을 자초했다. 박 보좌역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 일정 공지와 함께 “P.S. 안철수 후보님 캠프 소식도 전해 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첨부된 사진은 윤 후보가 유세장에서 ‘어퍼컷’을 하는 사진이었다. 논란이 일자 글과 사진은 남긴 채 추모 문구만 삭제하는 형태로 글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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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보도자료에 논란이 있는 단어를 썼다가 해촉당한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했는데, 보도자료에 ‘오또케’라는 단어가 포함돼 “‘성별 갈라치기’에 혈안이 돼 있다”(오승재 정의당 대변인)는 비판을 불렀다. 오또케는 ‘어떡해’를 잘못 적은 말로, 여성 경찰들이 범죄현장에서 무능하다는 뜻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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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지난 15일 “사과 말씀드린다”며 “자료에서 해당 단어를 즉시 삭제하고, 책임자를 해촉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연거푸 터지자 여야에선 16일 내부 경고음이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 정서에 맞는 글과 말을 써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공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표심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발생않도록 부탁드린다”는 지시사항을 내부에 돌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상 판세가 불리한 상황 또는 튀어 보이고 싶은 경우에 무리한 네거티브 양상이 나타난다”며 “결과적으로는 정치 혐오만 가속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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