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유세버스 사망사고’를 두고 한 말이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논의의 초입에서 터진 이번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충남 천안의 한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용 버스 안에서 유세차 기사 A씨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선대위원장 B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천안 빈소를 찾아 조문한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윤 후보가 강원도 원주 유세를 마치는 대로 오후 8시쯤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을 차례로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조문은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15일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뒤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 정권을 심판하자”면서도, 정권교체의 방법론으로 거론되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언급은 꺼리고 있다. 이날 유세 중에도 안 후보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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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안 후보 측 ‘사고’가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애도를 표하는 차원에서 이날 하루 유세 중 로고송 사용과 율동을 중단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4시쯤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안 후보는 5시부터 빈소를 조문하고 머물면서 조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했다. 두 후보가 빈소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회동이 성사되면 안 후보가 지난 13일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뒤 첫 대면이 된다.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안 후보는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상태다. 이에 윤 후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고민해 보겠는데, 아쉬운 점도 있다”고만 했다.
양 당 관계자들은 이날 빈소에서 단일화 논의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문을 가서 단일화 문제 같은 민감한 정치 현안을 논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어려움 때 이렇게 위로를 나누다 보면 정권교체를 향해 함께 가는 동지애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통한 ‘안철수 끌어안기’ 이미지를 기대하는 윤 후보 측 참모들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옳지 않지만, 윤 후보가 조문을 온다는 것 자체는 당 차원에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직원이 15일 천안 동남경찰서에서 남성 2명이 숨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 내 잔류 일산화탄소 점검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유세 첫 날인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에서 남성 2명이 쓰러진 채 발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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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론조사의 윤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윤 후보 입장에선 확실한 승리 카드다. 안 후보 측에서도 지금 같은 다자 구도에서 완주할 경우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위기 의식이 없지 않다. 두 후보 간 '통 큰 담판'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 없이 ‘정권교체’ 일성만으로는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는 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윤 후보가 단일화의 의지가 있다면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는 오는 28일까지는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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