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전남 순천역에서 무궁화호를 개조한 '열정열차'에 탑승해 정책 공약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전북 전주에서 전남 여수까지 가는 열정열차, 이제 출발합니다. 호남 정책을 가득 싣고 달립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오전 11시 전주역에서 '열정열차'에 탑승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안내방송을 했다. 열정열차는 지방 도시를 돌며 윤 후보의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4량짜리 무궁화호 열차다. 한국 선거 역사상 기차가 정책 홍보 차량으로 쓰이는 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과거와 같은 유세 스타일이 한계에 봉착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고안한 아이디어다. 출발 전부터 '윤석열차'로 화제를 모았다.
윤 후보는 이날 열정열차를 타고 전주역·남원역·순천역·여수엑스포역을 방문했다. 이 대표와 호남 출신 정운천·이용호 의원도 동행했다. 이들은 호남에 '윤석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며 붉은색·푸른색 바람개비를 각각 손에 쥐고 전주역 앞 광장에 나타났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호남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호남은 특정 정당이 수십 년을 장악하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왔는데 되는 게 한 가지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호남의 민주화 열정이 대한민국 번영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이제는 호남이 그 과실을 받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전북 산업과 경제를 비약적으로 키워야 할 때가 왔다"며 전주를 제2 금융도시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남원역과 여수엑스포역 앞 광장에서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호남 홀대론'이 아니라 '호남 발전론'을 여러분과 함께 써내겠다"며 "국민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 번째 기착지인 순천역에서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호남 출신으로는 사상 첫 보수정당 대표를 지낸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그는 이날 유세 연설에 나서 "팔마(八馬)의 고향 순천에 호남을 발전시킬 윤 후보를 9번째 말로 모시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에게 '호남 탕평인사' '정권 연좌제 폐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허공에 흔들며 긍정의 의미를 표시했다.
윤 후보가 각 역 광장 앞에서 유세를 할 때면 '정치 보복 망언 규탄한다' '정치 보복 아웃(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반대 진영 지지자도 있었다. 그는 '호남인들이 정치 보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려하는 것 같다'는 질문이 나오자 "정치 보복을 하면 나도 못 산다"며 "나는 정치 보복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을 향해 "(국회 의석수를) 180석 갖고 있는 저 거대 정당을 상대로 보복을 할 수 있겠냐"며 "나도 당선되면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차 이동 중에 '먹방'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1호 칸에 머물던 윤 후보는 취재진이 탄 3호 칸을 찾아와 "열차 타는 게 소풍가는 것 같고 정말 좋지 않냐"며 "삶은 계란도 까먹고 그래야 하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기차 안 취식이 금지돼서…"라고 아쉬워했다. 검사로 논산지청에서 근무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전주라고 하면 비빔밥"이라면서 "김제 쌀, 순창 고추장, 김제에서 참깨로 만든 참기름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입맛을 다셨다. 남원에 도착해선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은 뒤 전통시장인 춘향골 공설시장에 들러 고춧가루와 오징어, 북어채 등을 20만원어치 구매했다. 남원에선 광한루 인근 한정식 집을 가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주·남원·순천·여수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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