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코스피(SaveKospi) 로고. 국내 증시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캠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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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자산운용사 주주 행동
자산운용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행동'에 속속 나서고 있다. 주주 행동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주 행동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트러스톤자산운용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언더웨어 전문회사 BYC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과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 활동 방안 등 5가지 요구를 담았다. 지난 9일에는 VIP자산운용이 한라홀딩스에 “자사주 매입·소각 등 명확한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업계에서는 3월 정기 주총 전까지 더 많은 주주 행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1일 모니터 및 디스플레이 생산 업체인 토비스에 주주명부공개를 요청하며 주주 행동에 나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김형균 상무는 “3월 주총 전까지 4개 이상 기업에 추가로 주주 행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주행동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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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위한 의사결정이 디스카운트 원인
최근 자산운용사의 주주 행동이 주목받는 건 소액주주와 함께해서다. 안다자산운용은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분할 및 상장으로 인한 SK케미칼의 주주가치 훼손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배당 정책 등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공감한 SK케미칼 소액주주연대는 의결권을 모아 안다자산운용에 위임해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이사회 등이 다수의 소액주주가 아닌 지배주주의 편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주가 저평가 등 디스카운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소액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이 곧 기업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소액주주가치 제고가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식 저평가 요인이 해소되면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서 기업 가치가 오르고 운용사는 실적을, 주주는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BYC에 주주서한을 보낸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전문적 지식과 법률적 자문을 갖춘 자산운용사가 최근에는 소액주주와 함께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BYC의 경우 부동산 자산만 몇조 원에 이르는데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가총액은 30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며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저평가된 기업이 많은 만큼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런 기업을 발굴해 성과를 내는 게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행동이 기업의 ‘적’이 되기보다는 기업과 '동반자'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경영권을 목적으로 하거나 대주주와 정면 대결을 불사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주주 행동주의란 것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자산운용사의 역할은 투자할 만한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운용사의 주주 행동은 결국 조언가로서 기업의 가치가 최대한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일종의 '가치투자 접근방식'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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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코스피' 캠페인 등 통해 개미 결집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에도 개미들이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이브 코스피’ 운동이다. 최근 문제가 된 물적분할을 계기로 한국주식시장에 필요한 제도 개선 사안을 모아 ‘제도개혁 청원문’을 만들고 있다. 향후 이를 청와대 국민청원 올리고, 대선 후보에게 전달해 입법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현재 홈페이지에서 개인 댓글로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모으고 SNS에서 해시태그 챌린지(#savekospi)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시작한 이 캠페인에는 1만3000명이 방문했고, 약 2500명이 의견을 남겼다.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등 인플루언서도 홍보에 나서고 있다.
'세이브 코스피' 운동을 이끄는 이효석 전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는 높아졌지만, 그에 비해 소액주주의 권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고도 압축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경영 관행과 제도적 부조리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들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알리고 개선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며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모습도 감지된다. 최근 계열사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쪼개기 상장' 등으로 주주들의 지탄을 받은 카카오 사례가 대표이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주가가 15만원으로 오를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함께 발표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국내 경영진이 주가로 목표를 내건 희귀한 사례라 주목된다"며 "외국에서는 경영진의 주된 성과 평가 요소가 주가인데, 이제 한국도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CJ ENM도 최근 물적분할 후 동시 상장이 주주들의 비판을 받자 물적분할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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