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추경 증액시 국채시장 감당 못할까 우려" 경고
한달반 만에 55bp 뛴 3년물 금리…"국채시장 패닉 근접중"
은행 주담대 최고금리 5.7% 넘어…"이대로면 6%대 중반"
"돈 풀기, 인플레이션 부추겨…지원계층에 충격 줄 수도"
어느 때보다 강한 정부 반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추경을 35조~50조원까지 증액하자는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만 해도 엄살 정도로 치부했던 홍 부총리의 걱정은 며칠 새 현실이 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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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채권시장 지표물인 3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1일 2.343%로, 지난 2014년 9월 이후 무려 7년 5개월 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었다. 이날뿐 아니라 올 들어서도 3년물 금리는 무려 0.55%포인트(55bp)나 상승했다. 신얼 SK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이 2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한데도 불안한 시장은 빠르게 패닉장세로 접근 중”이라고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통상 적자국채를 1조원 어치 찍으면 장기금리가 1bp 정도 뛰는 것으로 추산한다. 14조원 추경만 해도 11조3000억원 적자국채를 발행해야할 판에, 정치권 요구대로 최소 35조원 이상 증액될 경우 적자국채도 30조원을 훌쩍 넘어 금리 상승폭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주말 5개월 만에 다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만난 홍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고채 추가 단순매입과 통화안정증권 발행 조정 등 이른바 `채권 수요를 늘리고 공급을 줄여 금리 상승을 막겠다`는 안정조치를 내놨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 지 미지수다. 실제 지난 주에도 한은이 2조원 어치 단순매입에 나섰지만, 국고채 금리는 되레 올랐었다.
가계부채가 역대급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시장금리 상승이 가계 이자부담을 키워 취약계층의 대출 부실화와 소비 위축을 낳을 수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10일 현재 연 4.060~5.770%로, 작년 말(3.600~4.978%)보다 크게 뛰었다. 최고금리는 올 들어서만 80bp 가량 올라 국고채 금리 상승폭을 앞질렀다. 신규 코픽스(COFIX)와 연동되는 주담대 변동금리도 3.58~5.23%를 기록, 작년 말(3.71~5.07%)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160%포인트 올랐다.
올해 한은이 2~3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고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도 추경 편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출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 만큼만 올라도 앞으로 기준금리가 두 차례만 인상돼도 주담대 금리는 연말 쯤 6% 중후반대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계속된 돈 풀기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통화 긴축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홍 부총리도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면서도 물가 압력을 제어하고, 유동성을 정상화하면서도 취약계층 부담을 낮추는 등 정책 목표가 상충되지 않도록 보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워낙 많다 보니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특히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더 풀었는데, 그들이 많이 소비하는 쪽 물가가 주로 올라가 오히려 취약계층에 더 충격을 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추경 증액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여야 간에도 입장 차가 커 당장 공식 선거운동 돌입 직전인 1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의 추경안 처리는 막판까지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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