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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점은 항상 세부적인 사항 속에 숨어 있고, 의외로 그 작은 것들로 인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의미의 관용어입니다. 어떠한 일을 할 때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선거판'에서도 이 관용어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의미가 부여된 '메시지'입니다. 그런 대선 후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중계까지 되는 시대입니다. 어느 정당이든 이 '메시지'를 관리하고 알리는 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보가 '그냥' 하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후보의 말과 행동은 물론이고 방문하는 장소, 곁에 서 있는 사람, 뒤에 걸려 있는 현수막까지 전부 치밀하게 준비된 결과물입니다. 수많은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정말 행사 직전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조율합니다. 대선 취재를 하며 지켜보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접근합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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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전·세종 지역 공약을 발표한 장소와 배경도 그 준비의 일환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공약을 대전e스포츠 경기장에서 발표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상징하는 대전엑스포공원 속 e스포츠 경기장. 현대적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습니다.이 후보는 주요 공약 문구가 뒤에 나타나는 대형 LED 전광판 앞에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대전에 바이오·우주 국방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는 도시로 재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장소로 적합했다는 평가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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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광판에 띄운 배경이었습니다. 이어진 세종 공약 발표 배경에 눈길이 갔습니다. 다름 아닌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송도의 '랜드마크'인 포스코타워와 센트럴파크 등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제자유구역 등 '경제 도시'를 지향하는 송도국제도시를 배경으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고 문화·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문구가 걸렸습니다.
이 후보가 내건 세종시 공약은 '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개헌 추진',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 등 세종시 시민은 물론, 전체 국민의 관심도도 높은 사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엉뚱한 지역을 배경으로 삼은 발표 탓에 공약에만 집중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송도국제도시를 배경으로 이 후보가 '세종 스마트헬스시티 조성 추진'을 발표하는 어색한 모습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주 작은 '디테일'이지만 전하고자 한 전체 메시지에 영향을 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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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이미지를 착각해 잘못 쓰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수가 있었던 것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인천 송도 사는 사람 아니면 잘 모르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최근 윤석열 후보의 '특보 임명장'을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에게도 보내는 등 '임명장 무차별 살포' 논란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각 지역 사무실 관계자나 당 관계자는 물론이고 현역 국회의원까지 윤 후보 명의의 특보 임명장을 받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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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성 출신으로 국방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의원에겐 '국방위 자문위원'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산 지역구 재선 의원에게 '부산교육특보'를 임명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물의 배경까지 고려해서 임명장을 보낼 정도라면, 이 정도는 거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해명조차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특보 임명장 발송 데이터 처리 중 실수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역시나 불필요한 실수로 괜한 논란 거리를 만든 겁니다.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24일 남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와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들 공히 "앞으로 남은 기간의 승부는 '누가 실수를 덜 하는지'에 달려있다"라고 말합니다. 그 실수라는 것이 비단 후보나 당 관계자들의 언행에서만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단순 실수나 '헤프닝'으로 치부하며 넘어가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 일으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구나'라고 확실히 체감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동네 곳곳에 현수막이 붙고 확성기를 튼 유세 차량들이 거리를 누빌 때라고 합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모레(15일)부터 그런 모습이 펼쳐집니다. 그동안 주로 미디어를 통해 대선 후보를 지켜보던 국민이 남은 기간, 직접 후보와 당을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유력 후보들이 그토록 잡길 원하는 최대 30%의 중도층은 더욱 유심히, 하나하나 꼼꼼하게 뜯어볼 것입니다. 사소한 '디테일'일지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대선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강민우 기자(khanpor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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