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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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고리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에서 “윤 후보의 발언을 듣고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사’들이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것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2부속실장을 지낸 친노(친노무현)계 출신 인사다.
윤 후보가 지난 5일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하며 울컥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얘기하면서 눈물 흘리던 모습을 보며 분노가 치밀고 참담함에 잠을 못 이뤘다”고 비판했다. 민형배 의원은 “윤 후보가 제주에서 흘렸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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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尹은 盧 가족 수사한 사람” 경계감 높이는 與
친노계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도 최근 윤 후보 비판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 9일 한 칼럼에서 “윤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야인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던 노 전 대통령을 모해하고 탄압할 때, 노 전 대통령 가족을 수사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너럭바위에 손을 올린 채 10초간 흐느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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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들어 윤 후보를 비판하진 않았지만 최근 노 전 대통령에 호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는데 당초 13일로 계획했던 방문 일정을 일주일 앞당긴 것이다.
그는 참배 당시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리고 10초간 흐느꼈다. 이후 즉석연설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이 후보가 온몸으로 ‘노무현의 정통 계승자’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런 행보는 야권 후보들이 ‘노무현 계승자’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선을 긋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7일 “노무현의 꿈이었고, 우리 모두의 희망인 그런 나라를 저 안철수가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해 10월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꿈인 사람 사는 세상을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
친노계 출신의 민주당 선대위 위원장급 인사는 “노 전 대통령과 직접적 고리가 비교적 약한 이재명 후보의 빈틈을 야권 후보들이 파고들고 있다. 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 후보가 여권 지지세를 결집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방어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에게 보고하는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
이같은 ‘노무현 쟁탈전’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5월 25~27일 실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68.7%로 1위를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56.5%), 박정희 전 대통령(44.6%)보다 높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평론가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 호감을 가졌지만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도·무당층이 상당수일 것”이라며 “윤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상대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무현 쟁탈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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